국내 디지털 셋톱박스업체들의 수출 주력 품목이 대당 700달러에 이르는 개인용 녹화기(PVR) 겸용의 최고급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급속하게 재편될 조짐이다.
특히 PVR 겸용 셋톱박스는 위성방송 수신은 물론 하드디스크(HDD)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자동 녹화하며 지난해부터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 중국의 저가시장 공략에 맞선 한국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열림기술의 김희수 사장은 “PVR 셋톱박스 제품은 시장 초기인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900달러 수준으로 수요가 한정돼 있으나 최근에는 700달러로 가격이 낮아져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는 이 제품을 주력으로 2000만달러 정도의 수출을 목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온미디어의 임화섭 사장은 “2채널 방식의 PVR 제품은 세계에서도 불과 10개 업체 안팎만 제품을 가질 정도로 고부가가치 모델”이라며 “올해는 이 제품을 중심으로 작년보다 100% 이상 성장한 1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맥스의 이종혁 상무는 “올해부터는 PVR나 CAS 내장형 등 기술 집약도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주력으로 휴맥스의 브랜드를 새롭게 바꿔 나간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토필드는 올해 PVR 셋톱박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중동시장을 적극 공략, 7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토필드는 다음달 MP3기능을 지원하는 2채널 방식의 PVR 제품을 업그레이드 한 차세대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두인칩도 수신제한장치(CAS) 내장형과 PVR 겸용 셋톱박스 등 고가형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어 올 수출 45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또 독일과 터키에 현지 조립생산 업체와 제휴를 맺었으며 독일과 중동에 유통채널을 위한 판매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 밖에 한단정보통신·현대디지털텍 등 대부분의 셋톱 전문업체가 CAS 내장형이나 PVR 겸용 셋톱박스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수출 주력제품을 새로 라인업하고 있어 올해부터 이들 제품의 수출 물량이 크게 늘 전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