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시작된 이라크전쟁으로 중동지역이 세계의 화약고로 달아오르면서 우리나라의 대중동 IT 수출이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산 전기·전자 및 IT제품은 모두 중동 각 국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수출 주력품이다. 따라서 대중동 IT 수출의 증감 여부는 전체 수출의 부침에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련 부처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국 IT 수출 및 판세 분석=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동 수출액은 75억달러. 이 중 전기·전자 및 IT제품의 수출액은 23억646만달러로 전체 대중동 수출의 30%를 웃돈다.
중동지역 내 국별 수출판도를 살펴보면 아랍에미리트(UAE)가 8억9294만달러로 중동지역 국가 중 가장 큰 IT 수출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이란(2억9626만달러), 이스라엘(2억8887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2억8772만달러) 등의 순이다. 이라크의 경우 유엔의 제재로 인해 지난해 수출된 8646만달러의 한국산 물품 대부분이 기계류나 화공약품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대표적인 금수품목인 IT제품은 이렇다 할 수출실적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
통신 인프라에 관한 한 이라크의 IT환경은 제로 베이스에 가깝다. 하지만 이라크는 10여년간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인해 지구상에 유일한 IT 미개척시장으로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하루 300만배럴의 석유 생산과 1300억배럴의 매장량, 2300만명의 인구 등은 세계 IT업계가 전후 이라크 재건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주요 원인이다.
기본적으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중동시장은 IT 등 첨단제품에 대한 소비잠재력은 엄청나다. 특히 중동 최대 IT시장인 UAE의 경우 전화·인터넷·PC 등 정보통신기기 보급률이 중동·아시아지역 42개 국가 중에서도 4∼9위권을 차지할 정도다. 이동전화 보급률과 1만명당 인터넷 호스트수는 오히려 우리나라를 앞선다.
◇이라크는 인프라 장비, 기타 중동국은 디지털가전=미국 CI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의 전화회선은 현재 70만개. 이마저 미군의 이번 대규모 공습으로 이라크의 통신 기반은 최악의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따라서 전후 IT 복구시장은 유무선 통신장비 분야부터 노려야 한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그다드에 사무소를 두고 대이라크 IT사업 전문업체 서브넥스테크놀러지의 장연 사장은 “지난해 프랑스 알카텔사가 이라크 통신공사(ITPC)를 상대로 교환기 60만회선을 공급한 일이 있다”며 “당시 정보부족으로 한국업체들이 입찰에 실폐한 사례가 있는 만큼 종전 후 이라크시장에 대한 국내 IT업계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라크 이외의 중동국가 역시 전쟁이 조기종결될 경우 그동안 아라비아 반도 전체에 드리워져 있던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돼 디지털가전을 중심으로 IT 수요가 증가세로 반등할 전망이다.
정종래 KOTRA 바그다드무역관장은 “중동권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막강한 소비력을 갖고 있다”며 “특히 그동안 악의 축으로 지목되던 이라크는 전후 복구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중동경제의 축’으로 새롭게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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