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영진도 전쟁 앞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IT업계 주요 인물은 대부분 전쟁과 관련해 판단을 유보하고 일단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 수요가 반등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의 스토리지업체인 EMC의 최고경영자(CEO) 조 투시의 발언은 이 같은 업계의 정서를 대변해준다. 그는 “이라크전의 결론이 나기 전에는 경기가 안정될 수 없다”며 “모두 안절부절하고 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투시 외에도 대부분의 IT업계 경영진은 이라크전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애써 답변을 회피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 경영진은 애매한 원론적인 전망만 내놓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일례로 매뉴지스틱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라가반 라자지는 “단기전일 경우 긍정적일 수도 있다”며 “장기전 또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비즈니스오브젝츠의 CFO 제임스 톨로넨도 자사 소프트웨어 판매가 올해 10% 늘어날 것이라며 이라크 변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두고봐야만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 2위의 전자 및 컴퓨터부품 유통업체인 에브넷의 회장겸 CEO인 로이 밸리는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사업이 일시적인 침체를 보일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지난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급반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비해 세계 최대 네트워크업체인 시스코의 CEO 존 체임버스는 앞서 분기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업이 대량의 하이테크제품 구입을 주저하는 분위기”라며 “1분기 주문이 전 분기 대비 35% 정도 격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전망은 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