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설립된 이래 음반기획 및 제작사의 권익을 보호하며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한국음반산업협회(회장 박경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이하 음제협)가 신탁관리단체로 허가 받은데다 메이저 음반사조차 별도의 ‘음반사 협의회’를 결성하는 등 갈수록 음반협회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온라인상의 저작인접권을 통합 관리하는 음제협은 메이저 음반사와 기획사들이 신탁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문화부가 힘을 실어 주고 있어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들과 협상을 주도하게 된다. 더구나 디지털 음원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대체하면서 산업을 주도할 것임을 감안하면, 음제협의 위상은 기대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음반협회가 맡고 있는 온라인 불법사이트 단속과 같은 업무도 음제협으로 이관될 공산도 크다. 음제협이 자리를 잡아갈수록 상대적으로 음반협회는 재정적으로나 업무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메이저 음반사조차 협회에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도레미미디어·예당엔터테인먼트·YBM서울음반·에스엠엔터테인먼트 등 ‘잘 나가는’ 음반사 10개사가 ‘음반사 협의회’를 구성,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음반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활동키로 함에 따라 협회의 위상에 또다시 금이 갔다.
이로써 한국음반산업협회는 불법음반 단속, 음반판매량 집계조사, 음반지적재산권 DB 구축사업 위주로 업무가 축소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는 “협회가 디지털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데 따른 자업자득”이라며 “국내 음반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설립취지에 맞게 협회 위상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