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는 소리의 진동인 음파가 생활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지뢰탐지기와 수중음파탐지기, 어군탐지기 등 고성능 군사장비로 응용돼온 음파기술은 최근 각종 첨단 건강검진기를 비롯해 음파칫솔, 렌즈세척기 등 생활용품으로 적용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물체나 공기의 진동으로 만들어지는 파동인 음파는 각각의 매질에 특유한 전파속도와 반사·간섭·회절 등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물체가 진동하면 주변의 공기가 같이 진동하고 귀의 고막을 진동시켜 소리로 들리게 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1초에 20번 진동하는 음파에서부터 2만번 진동하는 음파(20∼2만㎐)까지로 제한돼 있다.
음파를 이용한 세척은 20㎑ 이상의 높은 주파수 에너지를 가진 초음파를 이용해 세척물의 표면에 부착돼 있는 오염이나 티끌을 벗기는 작용이다.
에너지가 증가하면 유체의 분자간에 응집력이 파괴되고 수만개 이상의 미세한 물방울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캐비테이션(cabitation)이라 한다.
이 물방울이 폭발하면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닦고자 하는 물건의 표면과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전혀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단시간 내 세척한다.
이러한 초음파의 세척효과를 이용한 제품이 바로 음파칫솔과 콘택트렌즈나 귀금속 등을 세척하는 기기 등이다.
필립스는 고성능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이용해 분당 3만1000회의 고속진동을 발생하는 음파칫솔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뇌졸증 등 손발이 마비된 환자를 위해 초음파 기계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경북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양수 교수팀이 개발한 ‘경직 치료법’은 외과적 수술 없이 초음파를 이용해 마비가 온 환자의 신경을 찾아낸다.
이렇게 찾아낸 신경을 컴퓨터 스크린에서 보면서 신경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치료방법보다 주사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음파는 벽 내부에 있는 해충 퇴치에도 이용된다.
미국 렌텍의 페스트엑스는 화학물질 없이 초음파와 전자기파를 건물의 벽에 작용시켜 벽 내부를 해충의 스트레스 환경으로 바꾸는 해충 퇴치기를 개발했다. 이렇게 하면 벽 내부에 있던 해충은 초음파의 간섭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연스럽게 떠나게 된다.
음파는 애완견과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통역기로도 응용된다.
음성 분석기술을 이용해 감정에 따라 음파가 달라지는 원리로 만들어진 애완견 통역기는 개가 짖는 소리를 분석해 슬픔·스트레스·화남·요구·즐거움·자기표현 등 6개 감정을 문자와 그림으로 표현해준다.
초음파는 세제가 필요없는 식기세척기 기술에도 응용된다.
강력한 초음파를 이용하는 식기세척기는 매초 수만개 이상 발생하는 기포들이 순간적으로 1000기압 이상의 압력과 열을 발산해 미세한 틈까지 세척하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음파기술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음파비누 등 인체에 무해한 음파기술을 이용한 친환경 제품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