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라크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서브넥스의 장연 사장은 지난해 4월 이라크 정부가 발주한 60만회선 규모의 통신교환기 공급건을 결국 프랑스 알카텔이 따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이 건을 위해 장 사장은 지난 97년부터 이라크 통신공사(ITPC)측과 수십차례 접촉하며 국산장비의 현지시험까지 실시, 발주처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
현지 시장에 대한 단견과 구매 실현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가진 국내 공급업체의 비협조가 바로 그 원인이었다. 장 사장은 이미 그 이전인 96년에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당시 이라크 군부는 미국의 도청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CDMA방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장 사장은 이라크 관료들을 한국에 대거 초청해 당시 국내 이동통신업체들과 면담을 주선, 사업권 획득을 추진했다. 이때도 한국업체들의 무지와 홀대는 이라크의 이동통신방식이 GSM으로 변경되는 주요 원인이 됐고, 사업권도 유럽계 업체로 넘어가게 됐다.
“미국적 시각과 언론 때문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라크에 대해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관심이나 정보도 제한적이지요. 자세전환이 필요합니다.”
◇대이라크 IT진출 현황=산업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이라크 수출액은 총 8646만달러. 이중 5568만달러가 화물자동차며 나머지도 에틸렌 등 화공약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다수 전기·전자 및 IT품목은 유엔 승인품목으로 묶여있어 요르단·시리아 등 인접국을 통한 우회 유입 외에는 단 한건도 공식 집계된 수출건이 없다.
하지만 MOU(UN 관리하 인도주의 물자수입과 석유수출 연계 프로그램)를 통해서는 유선 통신장비 등 일부 품목의 정식 수입이 허가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국업체에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정종래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국내 IT업체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라크 시장에 접근하기보다는 정세불안을 이유로 단타 위주의 거래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전후복구사업 진출 시나리오=일반적인 관측대로 미국 주도하의 승리로 전쟁이 끝날 경우는 국내 IT업체들의 전후복구시장 진출은 다소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수년째 침체일로에 있는 자국 IT산업 보호 차원에서라도 전후복구사업 진출의 우선권을 미국계 IT업체가 싹쓸이해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업체서는 오히려 국내 IT업체에는 현 체제유지 또는 UN 등 제3자 중재 등을 통한 종전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경우 유럽계 IT업체와의 공조체제 구축이 관건이 된다. 또 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역시 단순 기능위주의 전쟁 특수형 전기·전자제품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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