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현금 1조원 이상의 무상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제시를 통해 미국 인텔 반도체공장의 국내 유치에 나선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미 관련 법 개정작업에 착수, 현재 초안을 마련한 상태며 국회 상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께 시행에 들어간다.
25일 산업자원부와 KOTRA 외국인투자지원센터(KISC) 등에 따르면 국내에 5000만달러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금액의 10∼20%를 정부가 현금으로 무상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산자부는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현금보조제 도입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산자부와 KISC는 작년말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타당성 검토작업을 이미 마친 상태며, 현재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초안’을 만들어 관계부처간 협의를 벌이고 있다.
산자부 이현재 기획관리실장은 “경쟁국 수준의 현금보조금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이번 초안은 세계 일류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밝혔다.
KISC 정동식 소장은 “이번 법 개정은 다분히 인텔 반도체공장 유치건 성사를 겨냥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특히 인텔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유인책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또 “캐시 그랜트(현금지원)제의 시행초기에는 산자부 예산 등을 재원으로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 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영국 등 선진국들과 같이 별도의 전문펀드를 조성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최종 설비규모가 100억달러로 추산되는 인텔의 300㎜ 웨이퍼 공장 한국 유치건이 성사될 경우 산술적으로 최소 10억달러(약 1조2000억)의 현금이 정부 재정에서 인텔측에 지급된다.
그동안 인텔은 자사 공장을 해외에 짓는 조건으로 한국 등 해당국에 현금보조 등의 조건을 요구해 왔으며, 지난해 4월 확정된 아일랜드 웨이퍼 공장 설립건 역시 이같은 인텔의 조건이 수용돼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캐시 그랜트제는 이미 영국·아일랜드·싱가포르·중국 등 주요 투자유치 국가에서 널리 시행중인 제도다.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업체에는 국세와 지방세가 10년간 감면된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경우 자국 세법상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인정되지 않아 본사 입장에서 보면 한국 정부의 현행 지원책을 통해서는 실질적인 세제혜택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