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조폭, 스님과 신부, 아기 스님과 총각 스님….’
스님들이 영화소재로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달마야 놀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 스님의 세계가 일반인에게 가깝게 다가온 것이 사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화엄경’ ‘유리’ 등 80∼90년대 작품에서 스님의 이미지는 진지하게 구원을 묻는 고뇌의 선지자 역할이 강했지만 ‘달마야 놀자’가 친근하고도 재미있는 스님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4월 개봉 일정이 잡혀있는 ‘동승’과 ‘보리울의 여름’도 이러한 시도에 한껏 맞닿아있다. 싸움질도 하고, 축구도 하고, 피자도 먹는 스님들의 귀여운 모습에서 엄숙한 종교인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를 보는 듯한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접할 수 있다. 특히나 최근 탁닛한 스님의 방한과 전쟁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맞물려 평화와 화해의 따스한 메시지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동승’은 애기스님, 총각스님, 큰스님의 무공해 한솥밥 이야기라는 표제에서도 알 수 있듯 세 스님의 알콩달콩한 동거 이야기다. 물론 핵심적인 모티브는 애기스님의 엄마찾기지만 산사의 생활과 스님들의 동행기는 빼놓을 수 없는 큰 줄기다. 천진난만한 아홉살짜리 애기스님 도념과 외모에 엄청 관심이 많은 사춘기 총각스님 정심, 그리고 때론 자상하고 때로는 무지하게(?) 폭력적인 큰스님이 살고 있는 고요한 산사. 도념은 봄이면 온다는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고 정심스님은 포경수술에 쓸 돈을 마련하느라 큰 스님을 따라다닌다. 드디어 쌈짓돈을 얻어 난생 처음 유쾌한 세상 나들이에 나서면서 피자도 시켜먹고 신나기만 한다.
32개 국제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출품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명동성당에서 수녀와 스님이 함께 참가한 가운데 시사회가 열려 화제가 된 작품이다. 개봉일 4월 11일.
‘보리울의 여름’은 엄밀히 말하면 신부와 스님의 티격태격 사는 이야기가 볼거리다. 보리울이라는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초짜 신부(차인표)가 지도하는 축구팀과 스님(박영규)이 이끄는 축구팀의 대결을 따스한 에피소드로 그리고 있다.
축구를 통해 따뜻한 화합과 사랑을 이루는 내용으로 ‘전쟁과 축구’ 등의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만 역시 이 영화의 매력은 신부와 스님이라는 엄숙한 사람들의 보통 일상을 재미나게 그리고 있다는 점. 박영규의 걸쭉한 조연 연기나 CF스타 신애의 연기력을 가늠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형우는 방학이라 시골에 와서 6년만에 아버지를 만난다. 그런데 아버지의 직업은 스님이다. 아버지는 읍내 축구팀과 경기에서 진 아이들의 부탁으로 축구 코치를 맡는다. 처음으로 사제서품을 받고 이곳에 내려온 초짜 신부 역시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축구를 가르치게 된다. 개봉일 4월 25일.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