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온라인게임 퍼블리싱(배급)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삼성전자가 중소 파트너업체들의 계약 파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온라인게임 ‘파르티타’에 대한 계약파기를 요청한 게임업체 진인소프트(대표 송일욱)의 요구를 받아들인 데 이어 계약파기를 요구한 게임개발업체 A사와도 막후협상을 통해 수익배분 조건을 재조정하는 수준에서 봉합했다.
이는 삼성과 중소업체간에 체결한 계약내용에 일부 불평등한 조건도 있지만 게임을 개발한 중소업체에 보다 좋은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게임 퍼블리싱업체들의 부추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삼성측은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회사이미지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중소업체들의 입장을 받아 들이고 있다”며 “이같은 게임개발업체들이 많을 경우 포털사업 자체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계약파기 원인=삼성전자는 지난해 게임포털사이트 게임엔조이(http://www.gamenjoy.co.kr)를 오픈하는 한편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13종에 대해 잇따라 투자해왔다. 하지만 몇몇 파트너 업체들이 정작 게임 출시를 앞두고 계약파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삼성전자와 맺은 계약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나 퍼블리싱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계약관계가 유지될 경우 수익배분율이 줄어들 것을 우려, 은근히 계약파기를 부추기는 분위기다.
중소 게임업체들도 계약파기에 따른 도덕적 비판과 배상금 지불 등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을 감안, 새로운 자본수혈을 받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퍼블리싱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금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수익배분율이 다른 퍼블리싱업체보다 높아 계약파기까지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고민=삼성측은 이같은 움직임에 상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투자만 해달라고 사정하다 여건이 호전되자 배신하는 것은 한마디로 ‘적반하장’ 격이라는 것. 계약파기에 합의한 온라인게임 ‘파르티타’의 경우도 “이미 게임포털업체 N사와 지분투자 등의 계약을 완료한 뒤 삼성과 관계를 정리한 처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측은 이처럼 중소 게임업체들이 상도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국내 게임개발업체 육성을 통한 게임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당초 취지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은 겉으론 강경 입장을 보이면서도 최근 계약파기를 요청한 A사와 수익배분율을 재조정하는 선에서 봉합, 파트너와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좀더 투자규모를 늘리고, 몇몇 콘텐츠는 이전과 달리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파트너 업체들이 무조건 자신들의 유리한 조건만을 고수하는 이기주의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