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토크](11)아우토반과 휴대폰 보조금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전시회인 세빗에 참석한 기자는 지난 14일 자동차로 하노버에서 베를린으로 이동했습니다. 하노버에서 베를린까지 거리는 400㎞ 정도입니다. 한국의 고속도로라면 4시간은 족히 걸리겠지만 기자는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독일의 고속도로)을 달렸기에 가능했습니다.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는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는 차들이 많습니다. 적정속도 시속 130㎞라는 간판은 무시해도 좋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오히려 130㎞를 최저 속도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아우토반은 통행료도 없습니다. 무한질주를 맘껏 즐기라는 독일 정부의 배려(?)라고 합니다.

 아우토반은 명차들의 향연입니다. 아우디·벤츠·BMW·폭스바겐 등. 공교롭게도 모두 ‘메이드 인 저먼(독일)’입니다. 독일차는 세계적으로 고급차로 유명합니다. 독일 특유의 견고함과 정밀함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최고급 브랜드 독일차를 가능케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다름아닌 아우토반입니다. 아우토반에서 250∼260㎞를 넘나드는 속도를 즐기는 독일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독일차는 사고와 속도를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해졌습니다.

 “독일 내부에서 ‘아우토반에서 속도를 제한하자’는 여론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우토반에서 속도를 제한하면 명차를 살 필요가 없습니다. 대다수 독일 사람들도 아우토반에서 질주하기를 바랍니다. 독일 정부도 자동차 산업 육성론을 앞세워 아우토반의 속도제한 여론을 잠재우고 있습니다.”(독일 운전사)

 단말기 보조금 금지가 법제화됐습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울상입니다. 경기위축에다 전쟁까지 터져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말기 보조금마저 사라져 메이저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한국 휴대폰의 경쟁력은 내수 경쟁력입니다. 역으로 내수시장의 위축은 한국 휴대폰의 국제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112억달러 규모의 휴대폰을 수출했습니다. 성장률은 30%에 육박했습니다. 브랜드 가치까지 따진다면 한국 최고의 수출품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는 휴대폰 제조업체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올해 한국은 IMF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수출만이 살 길입니다. 한국에도 휴대폰 아우토반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