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OU高규격화` 차질

 고속 프로세서에 대한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CPU 고규격화를 주도하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인텔의 전략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달 프로세서 가격을 크게 인하하면서 시스템버스(FSB) 533㎒를 지원하는 2.4㎓ CPU 가격을 FSB 400㎒인 2.26·2.2㎓ 제품들과 같게 만들었다. 사실상 2.4㎓ 이하의 펜티엄4 제품군의 단종을 선언한 것으로 CPU 고클록화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최근 완제품 PC시장과 단품 유통시장에서는 인텔의 펜티엄4 2.4㎓ CPU가 전체 프로세서 거래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고클록화가 확산보다는 가격 메리트를 갖는 일부 상품 구매에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CPU시장에서 주력 프로세서의 비중이 40∼6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2.4㎓ 제품에 대한 비중이 70%까지 상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반면 2.53㎓ 이상의 고규격 제품의 판매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인텔의 고클록화 정책과는 달리 실제로 소비자들은 2.53㎓ 이상의 고클록 제품을 구매할 별다른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 이같은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PU시장 트렌드가 단순화되면서 PC업체들이 내놓는 완제품도 매우 단순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주컴퓨터·주연테크 등의 중견 PC업체들은 이달부터 일부 셀러론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군을 제외하고는 2.4㎓ CPU를 탑재한 PC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2.66㎓ 이상의 CPU를 탑재한 제품군도 일부 판매하고 있으나 사실상 2.4㎓ CPU를 탑재한 PC와의 가격차가 20만원 이상 벌어지면서 고규격 PC에 대한 매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인텔의 고춘일 상무는 “CPU가격 인하 이후 2.4㎓ 제품 위주로 판매가 편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4월 중순 이후 현주·주연 등의 PC업체들이 3.06㎓ CPU를 탑재한 고규격 PC모델에 대한 프로모션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판매군이 점차 다양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