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4)정보화 시범마을-서두마을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미리에 사는 박양순 할머니(75)는 요즘 컴퓨터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산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해 아들·딸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동네에 마련된 ‘서두마을정보센터’를 매일 찾는다.

 박씨는 지난 1월 마을정보센터에서 마련한 정보교육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하고 인터넷을 알게 됐다. 며느리의 성화에 못이겨 마지 못해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알수록 재미가 늘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박씨는 두달여의 노력끝에 지금은 메신저를 통해 자식들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몰라보게 실력이 늘었다.

 박씨는 “컴퓨터 배우길 잘했어요. 요즘 매일 30분씩 인터넷을 해요. 아직도 서툰 게 많지만 컴퓨터만 켜면 자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참 좋은 세상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배울 걸 그랬어요. 내친 김에 손자들과도 편지(전자우편)을 주고 받고 싶어요. 앞으로 많이 많이 배워야겠지요”라고 말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미리 서두마을은 지난해 1월 서두마을에 정보센터를 설립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정보센터가 들어서면서 가가호호 정보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끼리 만날 때 화젯거리로 컴퓨터가 등장한 지 이미 오래다.

 구미리는 서두·중리·쌍계 등 3개 마을로 구성됐으며 총 142가구, 446명이 살고 있다. 사실 이곳은 정보센터가 설립되기 전까지 생강으로 유명한 농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정보화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전국 최고의 정보화시범마을로 더 유명하다. 지난해에 다른 지역에서 1만명 정도가 서두마을을 찾아 정보센터를 보고 돌아갔다.

 서두정보화시범마을은 지난 2001년 5월 사업에 착수한 후 총 5억4500만원의 사업비용을 들여 지난해 5월 52평 규모로 완공됐다. 지역 주민들도 400평 남짓한 정보센터 부지를 무상으로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거들었다.

 정보화 열기도 뜨겁다. 지난해 정보센터에서 주관하는 주민정보화 교육에 구미리 전체 주민의 72% 정도인 320명 가량이 참여, PC와 인터넷 사용법을 익혔다. 정보화 교육은 1, 2개월에 한번씩 실시한다. 마을 운영체계도 확립했다. 마을에서 선발한 정보화 지도자 5명과 마을운영위원회 15명이 정보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의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특산품인 생강 판매방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주민들은 정보화마을 대표 포털 사이트(http://www.invil.org)와 서두마을 사이트(http://www.seodoo.invil.org)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엔 온라인을 통해 생강·화훼·포도·김치 등을 팔아 4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완주군도 크게 고무됐다. 완주군은 현재 서두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봉석골 마을에 2차 정보화시범마을 설립을 추진중이다. 또 연내에 전국 10대 오지 중 하나인 완주군 풍산면에도 정보화마을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완주군청에서 정보화마을 사업을 담당하는 김연주씨는 “서두마을의 정보센터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완주군민 모두가 정보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보화시범마을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두마을 정보센터에는 정보교육을 담당하는 정보교육장 외에도 △영화도 보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멀티미디어실 △보건소 의사와 원격영상 진료를 할 수 있는 원격진료실 △완주군청, 봉동읍, 마을정보센터간 인터넷 영상회의 시스템이 가능한 영상회의실 △군청이나 읍사무소에 가지 않고도 토지대장확인원 등 10여종의 서류를 뗄 수 있는 무인민원발급기 등이 설치돼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서두마을 주민인 김은홍씨(43)는 “지난 월드컵때 마을 사람들이 멀티미디어실에 모여 응원을 하면서 친목을 도모했다”며 “정보센터는 정보화 교육은 물론 마을 사람들의 친목 도모와 편의시설로도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노인들을 제외하곤 아직도 대부분의 노인들이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센터 교육강사는 “노인들이 글도 잘 모르는 데다 용어들이 영어로 돼 있어 PC나 인터넷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인들은 교육에 잘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PC 배우기를 포기한 최대봉씨(70)는 “정보센터에서 교육을 받고는 있지만 늙어서인지 새로운 기계(PC) 조작법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며 “인터넷인지 뭔지 글씨도 잘 안보이고 도통 이용하기가 어려워 포기했다”고 말했다.

 원격진료실은 거의 유명무실했다. 원격진료실 사용을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서 6시로 제한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접근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격진료실은 보건소에서 마을로 직접 진료하러 왔을 때 진료실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기성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은 “처음에는 게임을 즐기는 중·고등학생들이 정보화교육장을 점령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학생들의 이용시간을 오후 2시에서 4시로 제한해 주민들의 이용시간을 높였다. 아직은 정보센터가 도입초기라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 주민들의 정보화 수준이 높아지도록 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완주=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정보화시범마을은. 

 정보화시범마을은 지역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보소외계층의 정보접급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선정된 1차 시범마을은 지역주민의 참여의지가 높은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시·도별 읍면수와 농어촌 분포를 기준으로 시범지역을 대상으로 19개 마을을 선정했다.

 정부는 1차 정보화시범마을 구축을 통해 대상가구의 68%에 PC를 보급하고 전자상거래 등 콘텐츠를 구축했다. 정보화 지도자 66명을 선정했으며 교육장도 39개 마련했다.

 정부는 최근 수익창출이 가능한 농어촌 중심으로 2차 정보화시범마을 70곳을 선정했다. 성공가능성이 높은 마을을 선정할 수 있도록 선정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자치단체의 다양한 성공적인 모델을 최대한 반영, 1.5배수의 대상마을을 추천받았다.

 

 [인터뷰]이기성 서두마을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

 “정보센터가 설립되면서 컴퓨터가 생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도 컴퓨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습니다. 정보화 교육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보센터 건립 후 우리마을에선 컴퓨터 얘기만 합니다. 다른 마을에선 찾아볼 수 있는 진풍경이죠. 컴퓨터가 세상을 바꾸는 모양입니다. 다른 마을 주민들의 센터 방문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덕택에 지금은 정보화 마을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미리에서 화훼를 재배하는 이기성씨(47)는 서두마을 정보화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보센터가 설립되기 전 완주군청에서 실시한 컴퓨터 교육에 꾸준히 참가한 덕분에 마을에선 ‘컴도사’로 통한다. 이씨가 정보센터 운영위원장을 맡은 것도 군청에서 배운 컴퓨터 실력 덕분이었다.

 이씨는 최근 명함을 새롭게 장만했다. 명함에도 최근 개설한 서두마을 정보센터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새롭게 기재했다. 정보센터에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마을 주민들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장날마다 생강이나 꽃을 팔러 나가는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는 횟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인터넷 시대에 맞춰 박스도 새로 제작하고 택배도 이용하게 됐습니다. 봉동은 생강으로 잘 알려져 인터넷을 통해 생강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농촌 사람들로선 새로운 수익원이 생긴 셈이죠.”

 요즘은 마을주민들끼리 인터넷으로 물건을 더 팔기 위해 홈페이지 꾸미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 전문 제작사를 통해 홈페이지를 만드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정보화시범마을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제작은 획일적이어서 주민들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량도 적어 수용하는데도 한계가 있구요. 센터는 주민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곳입니다. 응용은 주민들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