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기(利器)를 다루는 지혜

◆손 연 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 ygson@kado.or.kr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과정, 즉 인류진화라는 완벽한 사슬을 밝히기에는 미싱링크(잃어버린 고리:진화론상 인간과 유인원을 연결시켜주는 중간자, 또는 중간화석)가 너무나 많다. 최근 과학자들은 분자생물학과 첨단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과거 인류 화석에만 의존한 해부학적 접근방법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인류의 진화에 대한 학자들의 논란도 분분하다. 과거부터 전통적인 계통수의 큰 줄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하빌리스→호모에렉투스→호모사피엔스(요한슨의 계통수)로 이어진다.

 호모에렉투스는 19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해 자바와 중국으로 이동했다. 이 인류는 반정착 생활을 했으며 불을 이용해 요리를 하고 암석과 뼈를 이용해 도구와 물건을 만들어 사용했다. 인류를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인 도구의 사용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국민 5명 중 4명이 사용하고 있다는 휴대폰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는 이미 우리가 늘 영위하고 있어 그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공기처럼 필수화된 이기(利器)로 둘러싸여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쟁 진행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듣고 주가등락을 PDA를 통해 검색하며 위성과 GPS를 통해 도로안내 서비스를 받는다.

 동전의 양면과 마찬가지로 이기의 등장에는 마땅히 그 폐해가 존재한다.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등극시켰던 도구들이 한편으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한쪽에서 광부들의 안전한 채광작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폭탄이 다른 한쪽에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또한 한쪽에서는 인류의 기아문제 해결을 위해 등장한 유전자조작식품이, 다른 한쪽에서는 인류 유전자변형을 걱정하게 한다. 인류에 있어서 도구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윤리나 목적, 선택에 따라 그 이해가 결정되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

 산업화 이후 새롭게 등장한 정보화는 이제 어떤 칼날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정보화는 업무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요소 전반에 공기 속의 수분처럼 스며들어 있다. 이런 정보화의 혜택으로 우리는 전자상거래·전자투표·온라인강좌 등 생활전반에 편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 편리의 이면에는 웜바이러스 유포나 사이버테러, 그리고 유해한 상업적인 콘텐츠의 범람 등의 폐해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가 추진될수록 이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정보화 소외계층이 등장해 소득격차·교육격차에 따른 또다른 격차를 양상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IT라는 이기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인간의 선택에 따른 문제다. 편리함을 영위할 것인지, 그 편리함을 오용해 다른 이를 위협하고 불편하게 하는 요소로 사용할 것인지는 인간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보자. 도구의 편리성을 구전으로, 그리고 문자로 전수해 문명으로 발전시켰던 역사처럼 IT의 편리성을 모두가 영위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 IT의 편리함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정보화교육), 누구나 정보화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나가며(정보화인프라 확충), 바른 정보활용을 하도록 유도(정보이용문화 확산)해 나가자.

 IT는 분명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도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 도구가 이기로서의 가치를 하게 될 때는 다루는 사람의 지혜가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