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잉크 카트리지로 인한 자원낭비·환경오염 문제가 프린터업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재활용을 표방해온 리필잉크업체들이 주장과는 달리 다 쓴 카트리지를 회수하는 데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필업체들은 대부분 프린터업체들이 판매한 정품 카트리지는 수거해 리필에 사용하고 있지만 자사가 직접 제조해 판매한 재활용 및 호환 카트리지에 대해서는 회수하거나 재활용하는 프로그램 등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필업체들은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문제삼아 프린터업체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판매한 소모품은 환경오염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것.
국내 대표적인 소모품 생산업체인 A사의 경우 “소비자가 반납해 수거된 소모품은 폐기물 전담업체를 통해 처리하고 있지만 회사 차원의 수거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리점을 통해 수거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그들에 회수를 강요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필잉크업체인 B사의 사장은 “소비자들이 다 사용한 소모품을 회수하는 프로그램은 없다”며 “대부분의 업체들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리필잉크라 불리는 제품은 잉크를 재주입해 판매하는 ‘재활용 카트리지’와 프린터와 호환되도록 외관까지 제작된 ‘완성품 카트리지’ 두 가지다. 리필업체들이 돈을 들여가며 수집에 나서고 있는 것은 대부분이 ‘재활용 카트리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인데 이마저도 회수된 소모품 상태가 좋지 못하면 다시 버려지는 실정이다. 또한 ‘완성품 카트리지’는 직접 생산해 판매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회수에 소극적이다.
이에 따라 리필업체들은‘쓰레기로 버려질 것을 다시 쓰게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환경보호 및 자원절약에 일조하는 측면도 있지만 판매한 소모품의 사후문제는 신경쓰지 않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리필업계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관련업계의 전문가들은 업계의 자발적인 수거가 고려돼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모품 생산업체인 PC포인트의 유회근 사장은 “비용부담 등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민단체·관공서 등과 협조해 회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사업의 의미와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