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브랜드로 이동전화단말기 분야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삼성전자는 3세대 독자칩 상용화로 ‘날개’를 달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장악해온 고급단말기 시장에 최근 노키아·모토로라 등 세계 1, 2위 업체들이 진입하고 일본 업체들마저 가세해 시장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삼성의 이같은 움직임은 향후 시장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삼성전자 세계 1위 ‘시동’=삼성전자는 그동안 제품력과 디자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퀄컴이나 유럽의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로부터 칩 등을 수입해온 탓에 명실상부한 세계 톱에 진입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3세대 독자칩 상용화는 그런 의미에서 세계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을 평정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한단계씩 올라서며 승승장구해 지난해는 세계 3위의 이동전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주요 메이저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하이엔드 시장에 주력, 수익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이동전화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중·저가 시장 진출 여부였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선 중·저가 시장 진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칩 관련 솔루션을 외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저가 시장 진출은 큰 부담이었다. 로열티를 상쇄할 만한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3세대 독자칩 개발로 운신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개발한 cdma2000 1x 칩을 내수는 물론 해외용 모델에도 탑재할 계획이다. 수익만 확보된다면 중가 시장도 노려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저가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박상진 전무는 최근 외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시장에 처음으로 저가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독자칩 개발은 삼성전자의 이같은 노력에 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WCDMA 칩 상용화 가시화=향후 3세대 이동전화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되는 WCDMA 칩 개발도 크게 진척됐다. 그동안 통신연구소 인력 200∼300여명이 달라붙어 노력한 끝에 WCDMA 칩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국내 서비스업체들이 WCDMA 도입을 미뤄 칩의 상용화가 늦춰지고 있을 뿐 사실상 칩 개발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환경이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면서 멀티밴드, 멀티미디어 등 이동전화 단말기 기술이 복잡해짐에 따라 퀄컴 등 특정업체의 의존도도 그만큼 낮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칩과 같은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통신연구소에 막대한 인적·물적 투자를 단행, 3세대 독자칩을 비롯한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오는 2007년부터 열릴 전망인 4세대 표준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WCDMA 등 3세대 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칩 개발 지속될 듯=삼성전자는 지난 90년대 2세대에도 독자칩을 개발해 휴대 단말기에 탑재한 적이 있다. 당시는 내수에서 100만대 정도를 판매했을 뿐이다. 하지만 당시 국내 시장에 독점적으로 칩을 공급해온 퀄컴의 ‘압력(?)’으로 더이상 삼성 칩을 탑재한 이동전화 단말기를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퀄컴 등 칩 관련업체들이 통신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과거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힘들어졌다. 3세대 시대로 접어들면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업체끼리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위상도 막강해졌다. 시장점유율 3위, 최고급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3세대 관련 특허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위상을 앞세워 앞으로 이동전화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칩을 비롯한 핵심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전망이다.
2002년 휴대폰 시장점유율(단위:백만, %)
업체 판매대수 시장점유율
노키아 151 35.8
모토로라 65 15.3
삼성전자 42 9.8
지멘스 35 8.2
소니에릭슨 23 5.5
LG전자 14 3.3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2년 휴대폰 시장 점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