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동차 생산국가들의 ‘총성없는 e카’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 미국이 최첨단 e카 개발을 목적으로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촉발된 e카 개발 경쟁은 곧이어 유럽연합(EU) 완성차업계의 단일 컨소시엄에 의한 미래형 e카 개발, 디지털왕국 일본의 저연비·고효율 자동차, 자동차와 IT를 접목한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 프로젝트의 착수로 가시화됐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지난해부터 산·학·연 공동으로 포스트G7의 일환인 ‘미래형자동차기술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전세계 자동차시장이 e카 개발 레이스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e카는 디지털기술의 발달과 자동차의 전자화 동향이 맞물려 완성차업계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개발분야다. 이미 전체 자동차 부품에서 전기전자장치가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 선이며 중형급 이상은 35%를 넘어서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자동차는 단순 기계가 아니라 가장 비싼 전자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e카 개발의 신호탄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지난 94년부터 상무부·교통부·에너지연구부·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빅3 생산업체·국립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PNGV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저연비·저공해 차량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05년까지 추진되며 연간 2억7000달러(3400억원)라는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또한 미국은 98년부터 시작한 산·학·연 공동의 디지털e카 프로젝트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고 개발된 기술의 완성차 적용에 조만간 나선다는 방침이다.
EU에서는 98년부터 8개 완성차업계가 모여 ‘EU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 업체의 연구소와 EU 차원의 지원으로 연료전지·경량화 소재·텔레매틱스 분야에 매년 수백억원이 투자되고 있다. 일본은 자체 프로젝트인 ‘ACE’를 97년부터 추진했다. 연 120억원이 소요된 이 프로젝트에서는 저연비·고효율 자동차의 상용화가 목적이었으며 올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산업자원부와 각 완성차 및 부품업체가모여 ‘미래형자동차기술개발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ITS·텔레매틱스 등 디지털차량 개발을 큰 틀로 한 이 프로젝트는 총 3단계, 매년 80억∼1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2년 완료된다.
이와 관련해 산업자원부 수송기계과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e카 개발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다소 뒤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년 지원금을 늘리고 제반지원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새로 ‘자동차전자기술인력양성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