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업용 소프트웨어업계의 대표주자들이 다국적 정보기술(IT)업체에 맞서 스크럼(scrum)을 짜고 있다.
외형상 별개의 회사지만 개발·영업·마케팅 등의 활동을 단일한 조직으로 묶는 네트워크형 결속을 통해 다국적 IT기업에 버금갈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 구체적으로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비롯해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등 기업 정보화의 현재와 미래를 주도할 핵심분야의 국내업체들이 전방위 협력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IBM의 ‘웹스피어’, 한국오라클의 ‘E비즈니스 스윗’, SAP코리아의 ‘마이SAP닷컴’ 등 각종 소프트웨어를 한벌(suit)로 제공해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들에 대한 대응전략의 일환이다. 국내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거나 일대일로 제휴하는 형태로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와 규모를 적절히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성능을 검증받은 국산 소프트웨어들의 장점이 결합되면서 최근 본격적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웹 기반 포털(웹서비스)시스템 시장에서 외산을 대체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국내 30여개 소프트웨어기업들이 한국컴퓨터통신을 중심으로 국산 DBMS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한국컴퓨터통신의 DBMS인 ‘유니SQL’에 누리텔레콤의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 소프트다임의 CRM, 사이버다임의 EDMS와 지식관리시스템(KMS), 한국정보공학의 그룹웨어, 명세정보시스템의 e비즈니스프레임, 아시아유니파이정보의 ERP와 제품관리시스템, 엔키아의 시스템관리솔루션 등을 접목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오라클과 한국IBM이 각각의 DBMS인 ‘9i’와 ‘DB2’의 시장지배력을 발판으로 삼아 ERP, 그룹웨어, 시스템 관리 등의 소프트웨어시장을 주도하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숙원사업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DBMS인 ‘SQL서버 2000’의 영업·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확장형 ERP 분야에서도 최근 코인텍·공영DBM·자이오넥스·가온아이·한도하이테크 등이 뭉쳐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의 제품에 견줄 연합솔루션인 ‘이글VC’를 선보였다.
코인텍의 ERP, 공영DBM의 CRM, 자이오넥스의 SCM, 가온아이의 그룹웨어, 한도하이테크의 생산시점관리(POP)시스템 등 성능을 인정받은 국산 소프트웨어 제품을 한벌로 묶은 것이다. 특히 코인텍을 중심으로 50여개 국산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이글VC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러한 국산 ERP 네트워크는 연간 매출 2000억원 이상의 사업규모를 가진 고객(기업)들을 고스란히 다국적 IT기업들에 내줬던 기존 시장구도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웹서비스 구현의 초석(플랫폼)인 WAS 분야에서도 티맥스소프트를 중심으로 국산 소프트웨어 연합군이 형성돼 한국IBM·BEA시스템즈 등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최근 DB 컨설팅업체 엔코아정보컨설팅과 제휴, 다국적 IT기업들이 주도하는 DB 및 미들웨어(WAS) 컨설팅서비스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한 티맥스소프트는 대형 시스템통합(SI)기업을 비롯해 그룹웨어업체인 가온아이, 컴포넌트기반개발(CBD) 소프트웨어기업인 케미스, 기업정보포털(EIP)업체인 와이즈포씨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국산 미들웨어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이밖에 더존디지털웨어·영림원소프트랩·KAT시스템·이지시스템 등이 국산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구축의 중심에 서기 위해 대형 SI 및 유관 솔루션업체들과 포괄적인 제휴를 추진중이다.
서진구 코인텍 사장은 “기업의 규모, 역사,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월등한 외산 IT솔루션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토종 소프트웨어업체들간의 연합이 필수적”이라며 “국산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각각의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나머지 부문을 아웃소싱함으로써 다국적 IT기업들과 대등한 경쟁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