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현지 근로자 가운데 괴질 발병자가 없어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지만 전염률이 무척 높은 만큼 직원 가운데 환자가 발생할 경우 공장 라인을 즉각 멈출 계획입니다.”
홍콩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거리인 중국 퉁관시에서 대규모 진동모터 공장을 운영중인 모아텍 김상욱 부사장의 말이다. 실제로 괴질 쇼크가 중국 현지 생산법인 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어 주요 부품업체들은 방역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괴질이 창궐하고 있는 퉁관·선전·하이저우 등 중국 남부 지역엔 삼성전자·LG전자 등 세트업체를 비롯, 관련 부품업체들이 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이들은 괴질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실시, 외출 및 출장금지, 주재원 철수 등 비상체제에 속속 돌입하기 시작했다.
모아텍(대표 임종관)은 이번주에 마스크 3000개를 중국 퉁관 현지공장에 긴급 공수하고 2000명 가까운 현지공장 근로자의 외출은 물론 외박도 전면 금지시켰다. 또 본사 직원 출장을 전면금지하고 현지 주재원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가족을 전원 귀국시킬 계획이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퉁관생산법인(6268명)과 톈진생산법인(6711명)에 다음주내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방역을 일제히 실시할 것을 긴급하게 지시했다. 이 회사 김명호 그룹장은 “최근 기숙사 대청소를 실시했고 환기시설 점검은 물론 외출·외박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파츠닉(대표 박주영)은 산둥성 옌타이 생산법인의 840여 직원을 대상으로 출장·외출 금지를 내렸으며 기숙사 청결유지에 힘쏟고 있다. 삼영전자(대표 변동준)의 중국 산둥성 칭다오법인도 상황은 마찬가지. 안효식 이사는 “비록 생산법인이 북부 지역에 위치해있지만 괴질이 북부지역으로 올라오고 있어 1400여명을 대상으로 개인위생관리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주재원과 가족의 전염을 막기 위한 철수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각지에 공장 및 지사를 운영중인 LG화학(대표 노기호)은 홍콩 및 광저우 지역의 경우 주재원 가족 전원을 철수키로 했다. 또 싱가포르와 베트남 주재원 가족은 철수를 권장하고 있으며 괴질이 기승을 부리는 중국 홍콩과 광둥성 지역 출장은 긴급한 사항을 제외하곤 불허하기로 했다.
LG화학 류근창 상무는 “주재원 및 가족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최근 들어 괴질이 톈진공장과 가까운 베이징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중국 현지에 파견된 모든 주재원 가족을 철수시킨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홍콩과 중국에 주재원과 가족을 합쳐 700여명을 두고 있는데 홍콩의 경우 주재원을 제외한 가족들은 이미 귀국시켰다. LG전자도 홍콩(6명) 주재원 가족에 대해선 귀국조치를 내렸으며 광둥성(12명) 주재원 가족에겐 귀국 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각 지역의 주재원에게 국내에서 특수마스크를 공급하고 전직원에게 홍콩·광둥성의 출장은 금지했다“며 또 “베이징·상하이·싱가포르·토론토 등 해외출장은 자제하되 꼭 필요한 경우 사전 허락을 받도록 했다”고 전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신종 괴질인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에 대한 우려로 기업인들의 출장 발길이 끊어지는 등 아시아 및 세계경제가 이라크 전쟁과 괴질공포의 먹구름에 싸여가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는 방문일정이 잡혀있던 해외 주요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일정을 취소하면서 이 지역 IT업계의 경영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조짐이다.
31일발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이 오는 13일로 예정된 크레이그 배럿 CEO의 대만 방문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어 최근 괴질확산의 공포를 대변했다. 배럿은 대만에서 열리는 ‘인텔개발자포럼(IDF)’ 참가를 위해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인텔측은 “아직 방문을 취소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일정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캐나다 ATI테크놀로지의 K H 호 CEO도 최근 SARS 확산으로 중국과 대만 방문을 미뤘다. 그는 1일 자사의 그래픽 칩 출시에 맞춘 대만 방문을 통해 현지 영업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대만 현지기업들도 중국 출장 제한 등 SARS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설계업체 선플러스는 중국 출장중인 직원들에게 귀국을 권고했다.
또 경영진의 중국·홍콩·싱가포르 출장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리얼텍세미컨덕터도 직원들에게 당분간 중국 출장을 삼가는 한편 중국·홍콩 등과 연락할 때는 영상회의 등을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한편 지난주 동료 직원의 SARS 감염이 확인된 후 자택 격리 명령을 받았던 모토로라 싱가포르 공장의 야간근무 직원 305명은 여전히 격리상태에 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 532명의 야간근무 직원 전원을 하루 쉬게 하고 생산시설에 대한 방역을 실시한 모토로라는 제한된 인력만으로 야간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간근무조 확충을 통해 부족인력을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직원 1명이 SARS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 후 사무실을 임시 폐쇄한 HP 홍콩사무소는 아직 업무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아시아에 지사를 둔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직원의 해외출장을 제한하는 등 예방조치를 서두르고 있으며 휴교령으로 집에 남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신청하는 직원도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03 컴덱스차이나’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IT 전시회 행사 등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괴질 파동은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 일본 JAL, 싱가포르항공 등 주요 항공업체들은 탑승자 감소와 예약취소로 노선 감축을 발표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