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재동이네’는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 ‘특별’의 의미는 기획의도와 마케팅 방법, 사업화 전개 등에서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처음부터 투자자에 필요한 ‘상품(웹 프로모션 콘텐츠)’으로 기획해 캐릭터사업으로 확장하고자 했던 것이며 캐릭터를 진짜 사람처럼 키우겠다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개념을 도입, 지상파방송이나 케이블방송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웹에서 지속적으로 프로모션해 캐릭터 사업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도록 한 것 등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와 효과를 거두려 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EBS에 15분물로 편성됐던 이 작품은 현재 투니버스에서 30분물로 방송중이고, 이달 말부터 SBS에서 5분물로 방송된다. 이 작품의 목표는 아시아의 모든 어린이가 알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유치한 말로 ‘재동이를 모르면 외계인’이 되는 것이다.
재동이라는 다분히 촌스러운 이름과 동양적 얼굴, 시시콜콜한 현실적 이야기 중심의 시나리오는 미국, 유럽 어린이들에게 다가가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막연한 세계화 대신 확실한 아시아 제패의 꿈을 키우고자 했다. 스타로 키우겠다는 건 유명해진다는 단순한 결과적 의미가 아니라 ‘재동이’를 실제인물처럼 키우겠다는 과정상의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실제 재동이란 아이가 대한민국 어디선가 자라고 있는데, 그 아이의 가족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설정이다.
현재 우당탕탕 재동이네 2편을 기획중이다. 제목은 ‘재동이는 1학년(가칭)’. 육아전쟁을 소재로 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가 1편의 주제였다면 2편은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우정, 사랑, 일상의 해프닝 등이 그려진다. 방송용으로 5분짜리 52편을 계획하고 있다. 제작방식은 1편처럼 2D 애니메이션과 플래시를 혼용하려고 한다. 시나리오 작업은 선생님, 아이들, 부모님들에게서 소재를 받아 각색하는 것으로 하여 1편처럼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극화할 예정이다.
돌이켜보면 재동이네는 애니메이션으로선 불순한 작품(?)일 수도 있겠다 싶다. 대박은 안 되도 밑지는 장사가 되면 안 된다는 계산에서 최소한의 투자비용을 정하고, 퀄리티 높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값이 싼’ 웹 프로모션 콘텐츠로 못박고 제작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방향을 잡은 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거나, 만들 자신이 없거나, 당장 돈이 없어서였기 때문은 아니다. 현실적인 요구이자 생존전략이었다.
투니버스 프로듀서 경력 6년, 아툰즈 경력 3년, 10년 가까이 애니메이션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사업적으로 성공한 애니메이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우고 싶었다. 갈 길이 멀다.
EBS 방송될 무렵 ‘좋은 때’를 놓치고 지난해 말부터 출판쪽에서부터 하나둘씩 라이선싱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비디오와 2차 시리즈가 나오게 되면 라이선싱 사업에 한층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재동이네가 다칠까 걱정이다. 한시도 편할 수 없는 부모 마음,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거기서 태어난 캐릭터를 키우는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들의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진희 아툰즈 대표 jini@atoon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