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할인점이 등장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다. 신세계가 93년 11월 이마트 1호점인 창동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할인점의 역사는 시작됐다. 이후 할인점은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다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다른 유통 채널과 비교할 수 없는 쇼핑의 편리함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재래시장과 백화점이 주도해 온 유통시장을 평정해 버렸다.
지난해 할인점 총매출액은 17조2000억원. 17조1000억원의 백화점을 간발로 제쳤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백화점이 ‘신인’이나 다름없는 할인점에 지존 자리를 내준 것이다. 지난 95년 유통채널별 매출액을 100으로 보면 할인점은 2001년 1622%를 기록했다. 전국 할인점 숫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93년 1개를 시작으로 97년 44개, 2001년 193개에 이어 올해에는 3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할인점은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과 함께 유통시장을 주도할 손색없는 ‘신유통 3인방’으로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할인점이 당분간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지금부터 10년 뒤, 할인점이 똑같은 위치에 있을지는 의문이다. 덩치는 분명 커졌지만 정작 내실을 들여다보면 허약하기 짝이 없다. 가장 큰 문제가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수익률이 백화점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 저가판매정책 결과 판매이익률도 15∼16% 대에 그치고 있다. 이는 35∼40% 백화점은 물론, 20∼25%대의 TV홈쇼핑의 이익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태와 퇴출, 인수와 합병 바람이 앞으로 2∼3년 안에 거세게 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할인점의 강점도 위협받고 있다. 사실 할인점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는 ‘저가격 정책’이 한몫 했다. 지금은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사은품 등 실질적인 가격혜택을 놓고 볼 때 ‘알뜰쇼핑 1순위’는 단연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이다. 아직은 쇼핑 주도층인 온라인에 덜 익숙한 40대, 계층으로는 주부지만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인 20대와 30대가 실질적인 소비계층으로 떠오를 때는 또 다른 쇼핑문화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 저비용 고효율 운영체제 면에서도 오프라인 할인점은 온라인 인터넷을 따라 오기가 힘들다.
점포만 짓고 가격만 낮추면 손님이 찾아올 것이란 확장위주의 할인점 정책은 더 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고 물류 등 고효율 구조를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해당 상권을 장악할 수 없다면 과감히 출점을 포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10년을 맞는 할인점은 이래저래 마냥 샴페인을 터뜨릴 수 없는 상황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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