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에 잠정적으로 상계관세 57.37%를 부과키로 한 조치에 대해 해외 업체 및 전문가들의 뜨거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관심의 한가운데 있는 미국 마이크론은 표면적으론 담담한 반응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부당지원이 있어왔으며 당연히 (한국 기업들은)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번 문제가 한·미간 2년 넘게 끌어온 해묵은 사안이기 때문에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마이크론 살리기에 얼마나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이닉스측 변호사인 대니얼 포터가 블룸버그를 통해 “하이닉스의 (미국내) 마켓 셰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마이크론)은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듯이 하이닉스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지난 3년 동안 15%에서 10%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마이크론이 지난 2년간 투자를 지연해 설비능력도 떨어지고 있어 수혜는 있되 제한적일 것이란 게 시장 반응이다.
권오철 하이닉스 부사장이 로이터를 통해 “혐의를 받고 있는 부당지원 부분은 시장원리에 입각해 채권단이 결정한 사항일 뿐”이라며 강력 반발한 것 역시 향후 하이닉스의 대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인피니온·난야 등은 표정관리에 나섰다. 삼성전자측 변호사인 와랜 커낼리는 “이대로 최종 결정이 난다면 삼성에는 아무런 페널티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 삼성전자가 보조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이 각각 12.8%, 5.5%인 독일 인피니온, 대만의 난야 등은 이를 계기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이들 업체는 삼성전자와 함께 300㎜ 웨이퍼 팹을 가동중이거나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 1일 미쓰비시의 D램 사업을 인수해 일본 유일의 D램 업체로 거듭난 엘피다메모리도 시장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엘피다는 특히 이번 조치가 인텔과 진행중인 출자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텔이 이를 계기로 엘피다의 값어치를 높게 볼지 여부가 초점이다.
이달말 하이닉스에 대한 예비판정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은 당초 30%로 예상됐던 상계관세가 50%를 훌쩍 넘은 데 놀라고 있다.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에 대해 30%대 상계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메릴린치증권은 “이번 잠정조치가 최종 결론에서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 눈길을 끌었다. 메릴린치는 투자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안은 D램 역사에서 자주 있어온 반덤핑 문제와 비슷하다”며 이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노골적인 찬사를 보내는 미국쪽 전문가에 대한 눈총도 뜨겁다. 리서치업체인 인베스틱의 일렉트로닉 리서치팀 수석인 에릭 로스는 블룸버그를 통해 “하이닉스는 한국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현금을 얻어다 썼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하이닉스는 이미 D램에서 퇴출됐거나 지난해 (다른 업체에) 인수됐을 것”이라고 말해 당위성을 앞장서 주장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