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를 마무리한 주요 서버·스토리지업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IBM·한국HP·한국썬·한국EMC 등 주요 사업자의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했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투자가 극도로 위축됨에 따라 시장을 견인해온 하이엔드급 제품 공급실적은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하이엔드급 서버의 경우 업체마다 매월 평균 판매대수가 10대 미만에 머물렀다. 예컨대 한국IBM의 경우 2월 한달 이렇다할 공급실적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3월들어 D철강사·K통신사 지식관리시스템(KMS) 프로젝트와 금융권 등지에 p시리즈 서버를 공급해 현상유지를 했다.
한국HP도 슈퍼돔의 경우 D대학병원·H통신사 등의 프로젝트를 수주, 매달 평균 10대 정도의 지난해 수준을 겨우 맞췄다. 한국썬은 K문고·S사·E대학 등에 F15K와 F12K 등 하이엔드 서버를 공급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의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가집계하고 있다.
대형 스토리지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EMC나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즈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EMC 측은 정확한 실적은 밝히지 않았으나 통신·금융 등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산업분야에서 투자가 줄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한국EMC의 관계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통신분야는 마이너스, 금융부문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다”며 “대신에 공공·유통·병원분야의 실적이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전년에 비해 조금 실적이 나쁜 정도”라고 밝혔다.
효성도 당초 500억원 정도의 매출실적을 예상했지만 잘해야 4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그나마 지난해 말 이월된 공급실적과 업그레이드에 따른 주문 이외에 올 1분기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3월 중순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문’이 터져나오며 경기회복 조짐이 보였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면서 제품 주문취소 사태나 프로젝트 연기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여기에 이르자 기업에서는 영업 담당자들에게 ‘시장을 스크린하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로 초비상 상태다. 수주 가능성이나 수익성 여부를 따져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했던 이전의 여유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며 입찰에서 지더라도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주문이다.
또한 기업들은 영업비용 축소 등 경비절감을 통한 긴축재정에 돌입했으며, 일부 기업은 만일의 경우 하반기까지 이런 경기상황이 이어질 경우에 대비한 인력구조조정 등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에 예정된 금융권 재해복구 프로젝트나 공공분야에서 발생하는 프로젝트 이외에는 이렇다할 대규모 프로젝트를 찾기 힘들다”며 “가격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