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방식을 선택한 국내 증권시장 개편방안이 IT부문의 특성과 역할을 지나치게 간과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래소와 코스닥, 증권전산 등의 IT담당자들은 각 증권시장의 정보시스템을 통합하기로 한 정부의 증권시장 개편방안이 국내 IT부문의 특성과 현실을 경시한 가운데 나온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 코스닥, 선물 등 시장업무를 통합하지 않은 가운데 IT부문만 통합하는 것은 효율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매매와 공시업무가 100% IT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국내 증권시장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달 말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 등 3개 시장을 지주회사로 묶고 정보시스템과 청산·결제 부문을 떼어내 두개의 별도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증권시장 개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 확정된 개편방안에 따르면 거래소와 코스닥, 선물거래소는 각자 자기 업무를 담당하고 각 시장의 전산부문은 별도 회사로 묶여 신설된다.
정부는 유사·중복된 사업인 전산부문을 통합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제도나 규정 등이 통합되지 않은 가운데 정보시스템의 완전 통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별도의 자회사가 설립돼도 거래소, 코스닥, 선물 등 3가지의 시스템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것. 선물회사 사장단은 최근 현물과 선물의 전산을 통합해도 정보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실질적 통합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또 전담회사가 생겨도 별도의 총무·인사 등 후선부서를 필요로 한다. 단순히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업무현장과 정보시스템이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A기관 관계자는 “같은 회사내에 업무와 전산이 같이 있으면서 공동으로 작업을 해야 효율성도 높일 수 있고 시장 발전도 가능하다”며 “분리된 업무회사와 정보시스템회사는 모두 각자의 이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거래소와 증권전산이 분리돼 있어 큰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증권업계는 무엇보다도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IT 인프라의 후퇴 가능성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높다. B기관 담당자는 “증권 부문에서 IT는 단순 후선업무가 아니라 매매와 공시를 책임지고 있는 업무의 핵심 역량”이라며 “정보시스템를 통해 실시간 시장 감시나 전자공시가 가능해지는 등 IT부문이 업무의 효율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개편안은 IT와 증권 효율성을 전혀 읽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