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비트 서버시스템 시장에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시작됐다. 아이테니엄2라는 64비트 칩을 기반으로 다국적기업들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인 인텔 진영이 세를 과시하는 가운데 AMD가 역시 64비트 칩인 ‘옵테론’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따라 64비트 서버시스템 시장은 이미 최강자로 자리잡은 유닉스 외에도 아이테니엄 진영과 옵테론 진영 등으로 3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옵테론 진영 진격나팔=AMD는 한국을 필드테스트 시장으로 보고 공을 들여왔다. AMD는 유니와이드코리아·시큐어테크 등 2개 업체를 옵테론 서버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정식 제품발표 이전에 개발자용 칩을 넘겨주어 시스템을 선보이도록 했다. 유니와이드코리아와 시큐어테크는 각각 2종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대표 김근범)는 오는 10일 AMD코리아와 공동 세미나를 개최, 전세계 업체 중에서 처음으로 AMD 64비트 서버(하이퍼 블레이드)를 공식 선보이면서 옵테론 출시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이어 보안 전문업체 시큐어테크(대표 김승수)도 5월중 옵테론 서버 ‘렉스퍼G925R(2U)’ ‘렉스퍼G1320R(1U)’ 2모델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AMD는 옵테론 칩 정식 버전을 다음달 10일 발표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세몰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세 판도에서 아이테니엄이 단연 우세=인텔의 아이테니엄2 진영에는 한국HP·LGIBM·SGI코리아 등 다국적IT기업이 포진해있다. 국내 서버업체의 대표격인 삼성전자도 아이테니엄 진영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인텔코리아는 독자적으로 3개 업체를 벤더로 확보했다.
여기에 비하면 유니와이드와 시큐어테크 정도인 옵테론 진영은 불리하다. 무엇보다 AMD 진영에는 시장을 주도할 한국HP와 같은 대형 서버업체가 없다는 점이 열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인텔 서버가 국내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핵심역할을 한 국내 ‘조립업체(화이트박스)’ 군단이 쉽게 형성되기 어렵다는 요인도 작용한다. 이는 AMD가 인텔처럼 칩 외에도 보드나 기타 컴포넌트를 소싱하지 않기 때문에 ‘AMD 기반의 조립서버’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근원적인 한계에서 출발한다.
◇옵테론 진영의 히든카드=AMD코리아 측에서는 64비트 컴퓨팅 시장을 인텔 진영에 맡기지만은 않겠다는 각오와 결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AMD코리아에서는 칩이 공식 출시되기 전까지는 명확한 전략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니와이드의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고객사와 함께 고성능 컴퓨팅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는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AMD의 서버 개발능력이 부족한 만큼 AMD코리아가 직접 영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분야에 주력하는 국내 기업들의 동참도 주목하고 있다.
유니와이드와 시큐어테크 등은 옵테론이 기존 x86-32 기반으로 개발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별도의 에뮬레이션 없이 그대로 마이그레이션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할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기존에 투자한 32비트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경제적인 비용으로 64비트 환경으로 전이할 수 있어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시장과 같은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니와이드는 블레이드라는 특화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져 게임이나 웹호스팅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 랙마운트 형의 제품을 개발중인 시큐어테크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보안솔루션의 탑재 영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아이테니엄 진영의 반응=옵테론 진영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아이테니엄 진영은 ‘큰 부담이 없다’는 분위기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AMD 칩 성능이 계산분야에서 앞섰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문제는 IA 서버 칩인 제온 단계에서 해결한 문제”라며 “아이테니엄을 정착시키는 데 2년여 기간을 고생했는데 AMD가 무혈입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텔코리아는 64비트 컴퓨팅 시장이 ‘아이테니엄 대 AMD’로 인식되기보다는 유닉스와 경쟁관계로 형성되기를 더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텔코리아는 7월 메디슨 칩 발표 이후 저전력 기능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디어필드’(코드명)라는 아이테니엄2 칩을 출시, 아이테니엄에 대한 가격부담으로 도입을 꺼리는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시장을 정조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디어필드 서버로 계산 및 연구 중심의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시장을 공략하고, 기존 아이테니엄2로는 유닉스 서버 시장을 공략한다는 이원화 전략으로 후발주자인 AMD 진영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행여 벌어질 기술우위 논쟁에 대비해 유니와이드와 AMD의 공동 세미나가 개최되는 7월께 ‘아이테니엄 2·3차 버전’(코드명 메디슨)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운용체계(OS) 진영과 한국HP와 같은 서버 동맹군과의 연대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