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구원으로 돌아가렵니다.’
2000년도 바이오붐을 타고 벤처업계로 나왔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 바이오벤처기업인들이 하나둘 연구원으로 ‘U턴’을 준비하고 있다. 생명연 출신 바이오벤처기업 사장 18명 중 오는 8월까지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곳은 에이프로젠, 인섹트바이오텍, 바이오프로젠, 프로바이오닉, 유진텍 등 8개. 나머지 10명 중 6명은 이미 연구원으로 복귀했으며 4명 연구원을 사직하고 벤처에 남았다.
이들 8명의 연구원들은 복직 시한이 다가오면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3년간 몸담았던 벤처기업에 새로운 사장을 영입하는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로바이오닉의 박용하 사장은 다음달 기한 만료시점을 앞두고 1년 전 김홍익 박사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했다. 박용하 사장은 “새로 회사를 맡게 될 사람이 회사 사정을 잘 익히게 하기 위해 미리 준비했다”며 “3년 동안 벤처를 키워 전문 경영인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순서”라고 말했다.
바이오홀딩스의 이상기 사장은 지난달 말 내부 인물인 고성환씨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생명연 연구원으로 돌아갔다. 이 사장은 바이오홀딩스의 등재이사로 남아 기술 자문역할을 하게 된다.
에이프로젠의 홍효정 사장도 연구원으로 복직할 예정이며 나머지 사장들도 연구원으로 복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들 겸직 CEO가 연구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예정된 수순이다. 이들은 지난 3년간 연구물의 상업화를 진행했고 기업이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서 제품 마케팅은 물론 기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할 전문 경영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제 기술 중심적 사고를 지닌 연구원들은 기술 자문직으로 물러나거나 회사를 떠나 본업인 연구원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일부에선 이들 바이오벤처가 창업 후 괄목할 만한 성과나 성공사례 없이 CEO가 벤처를 떠나 연구원으로 돌아가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을 보고 투자했던 벤처캐피털이나 대기업 등 주주사들은 겸직 CEO가 회사를 떠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생명연 출신 한 바이오벤처 사장은 “최근 생명연 바이오벤처지원센터 내 대표기업이었던 J사가 부도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겸직 CEO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졌다”며 “바이오벤처의 성패를 3년 안에 판가름하는 것은 시기상조며 겸직 CEO가 연구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색안경 끼고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