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실용화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먼저냐, 장기적인 안목의 인프라 투자가 먼저냐.’
오는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600여억원을 투입하게 될 2단계 시스템IC 2010 사업의 목표를 놓고 산학연의 논쟁이 뜨겁다.
시스템IC 2010 사업을 주관하는 시스템집적반도체개발사업단(단장 김형준)과 일부 대학교수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최근 부상하고 있는 핵심 SoC 개발에 주력하자는 입장인 반면 연구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국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시스템IC 2010 1단계 사업 시작시기부터 꾸준히 제개돼온 문제로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대에서 개최된 ‘시스템IC 미래전략 심포지엄’에서도 이 문제는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시스템집적반도체개발사업단측은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한달에 한번씩 개최해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D램 이후 한국 산업을 이끌어갈 수종산업 육성 원칙을 강조했다.
서울대 박영준 교수는 “제품 개발과 인프라 구축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최근 중요성을 더하고 있는 디지털TV용 SoC, 홈 네트워크용 SoC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주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울대 전자과 백윤홍 교수는 “SoC를 육성한다면서 과거 70∼80년대 D램산업을 드라이브할 때처럼 특정분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며 “SoC는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의 비중이 큰 만큼 국책사업을 통해 한국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 국책사업인 만큼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성과에 주력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의 투자’라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두인칩의 유영욱 사장도 “디지털TV용 SoC 등은 이미 대기업에서 차세대 육성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굳이 정부가 나서 개발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며 “이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복투자가 우려돼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자부품연구원(KETI) 관계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시스템IC 2010 사업은 그동안 추진된 중기거점 사업 등 다른 국책사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업”이라며 “2단계 사업에서는 구체적인 육성 제품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육성 산업의 범주를 정하고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 한국 SoC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