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나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초 한 국제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단계나 하향조정해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만 보더라도 이들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앗! 뜨거라’ 싶었던지 새정부의 경제 실세들이 달포전쯤 미국 신용평가기관 등을 방문해 한국경제의 실상을 설명, 분위기를 다소 호전시키기도 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국가신용등급은 특정국가의 재정상황, 경제의 펀더멘털, 시장의 투명성과 개방성, 정치적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물론 공정성과 객관성이 신용평가의 생명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자주 도마에 오른다. 이들 국제신용기관들의 명성 이면에는 미국의 정치·경제적인 패권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거나 정치적 동맹관계가 부지불식간에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미국의 국제신용평가기관을 대체하거나 그 명성에 버금가는 신용평가기관을 육성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북핵 문제와 이라크 파병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에서 불거진 미국 신용평가기관들의 행태도 철저하게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만약 파병안이 부결되면 한국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도는가 하면 미국 보수층의 반한 감정이 격화될 경우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하락해 외국인투자가들의 ‘셀코리아’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파병안이 통과된 후 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락했다. 이를 놓고 한은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의 조기 종결 기대감과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됐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국제금융시장이 얼마나 냉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달중 미국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한국 담당자들이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 걱정스럽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