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SW 유지보수의 참뜻

◆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 ms.yoon@oracle.com

 

 강남 일대 모 아파트의 재건축이 불투명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을 바라며 30여년이 된 아파트에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건축물을 부수고 같은 자리에 이전과 별 다를 것 없는 건물을 다시 올린다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필자가 오라클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봤던 골든게이트브리지, 피셔먼스 워프, 코이트타워, 그리고 주택가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떠오른다. 견고하고 짜임새 있는 모양새로 낡았다기보다는 고풍스러운 모습을 지닌 그 건물들은 알고 보니 대개 100년이 넘은 오래된 것이었다. 비단 샌프란시스코뿐만이 아니다. 굳이 문화재나 유적지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이나 미국 등 세계 각지에는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는 건물들이 많다. 또한 역사를 자랑하며 아직도 자태를 뽐내는 이런 건축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백, 수천 년 전이라고 해서 지금보다 특별히 뛰어난 자재를 사용했다거나 시공법이 유독 발달해 있었을 리 없다. 이는 그들이 한번 지은 건물에 애착을 가지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수시로 손보고 노력한 덕택이다. 바로 유지보수를 완벽하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적 건축물들이 가지는 유지보수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단지 묵은 때를 지워내고, 먼지를 털어주는 것만을 유지보수의 의미로 보지 않는다. 이용자들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기도 하고,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채택하고, 새로운 기능 및 장비를 도입하기도 하는 등 광범위하게 유지보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축을 예를 들었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IT환경에서도 유지보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IT는 놀라운 속도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과 기술들을 쏟아내고 있다. 신규 시스템의 눈부신 효과도 잠시일 뿐 얼마 가지 않아 오늘의 최신 시스템이 한순간 도태되고 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새것이 나올 때마다 새것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기존 시스템의 유지보수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유지보수의 중요성으로 인해 제품구입 시점부터 유지보수를 위한 세부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IT관점에서 유지보수라고 하면 우리는 으레 기존의 하드웨어를 고장 없이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거나 더 나은 기종, 더 높은 사양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유지보수라는 활동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것에만 국한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유지보수라는 개념은 이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30여년 만에 거대한 환경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우리네 아파트와 비슷한 운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에도 적극적인 유지보수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라는 것은 기업들이 운용하고 있는 e비즈니스 자체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해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의 소프트웨어가 잘 운영되며 제품의 손상이 있는 경우 이를 잘 관리하는 부분과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더 나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뜻한다.

 최신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훌륭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안도하고, 또 이내 안주해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회사에 도입된 소프트웨어가 오래되었으니 하루 아침에 이를 갈아치운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기존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유지보수를 통해 현재 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IT에 대한 투자 회수가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의 투자를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유지보수와 함께 상시적인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기업 e비즈니스를 최상의 상태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