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수집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보호문제가 전자정부 성공의 필수요건으로 떠올랐다.
최근 행정서비스 전자화로 정보시스템을 통한 개인정보의 수집 및 활용과 유통이 급격히 늘면서 개인정보 보호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 관련 단체들의 반발로 수개월 넘게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파행 운영되는 등 개인정보 보호가 국가정보화 성공의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본지침’과 ‘개인정보보호제도 이해와 해설’ 등을 발간하는 등 공공기관이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조치해야 할 사항들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활용=지난 99년에 제정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는 반드시 수집 당시의 목적에 맞도록 이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거나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된다.
다급한 신고전화를 받은 소방서가 한국통신으로부터 119 신고전화에 접수된 발신자정보(전화번호·주소·성명)를 넘겨받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의 생명 및 신체와 재산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국가응급환자정보센터가 응급환자 신고자의 신속한 위치파악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아파트 입주예정자 설문을 통해 의정활동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라며 대한주택공사에 아파트의 동호, 입주예정자의 세대주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의 자료를 요구한 경우라면 얘기는 복잡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택공사는 개인정보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해석이다.
국회의원은 ‘공공기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함은 물론이고 직접적인 의정활동이 아닌 단순 설문조사용으로는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회에서 국정감사시 조사범위를 정해 동일한 자료를 요구한다면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 예외규정에 따라 해당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또 다른 설명이다.
◇불분명한 활용기준=정부는 개인정보 이용이 행정업무 수행에 필요하고 해당기관으로부터 직접 제공받지 못할 경우 정보수집이 곤란하거나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이라면 행정기관들끼리 개인정보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당한 이유’에 대한 법률적 해석 차이와 불분명한 기준이다. 현행 법·제도에는 국가기관들이 효율적인 행정업무 처리를 위해 개인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나 기준은 없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찰청에 정신과진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경찰청이 이를 수시적성검사의 자료로 이용한 것은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담당 공무원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인정한 예외조항은 개인정보를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기관 스스로 보유목적 외의 목적으로 당해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 국가인권위가 내린 해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전자정부 환경에 맞도록 올해 안에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제도를 전면 재정비하는 동시에 각급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개인정보 관련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보안·안전장치를 철저히 마련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