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B2C 일색이던 전자상거래시장에 B2B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업종별 B2B시범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정보화를 통한 기업간 협업체제 구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3년간 연간 7억원이 투입돼 30개 업종에서 총 200만건 DB와 40만건의 전자카탈로그, 374종의 전자문서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더 큰 보이지 않는 성과는 e비즈니스에 대한 교육 및 홍보효과다. 오프라인 기업은 e비즈니스를 알게됐고 IT업체들은 오프라인 기업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IT와 전통비즈니스를 접목하는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진행된 업종별 시범사업 가운데 주관기관인 전자거래협회가 추천하는 업종의 사업성과 및 효과를 5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자동차업종, 시범사업 통해 업체간 ‘협업’ 물꼬
‘협업’ 혹은 ‘협업의 효율화’는 자동차 업계의 오랜 화두다. 이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피라미드형 산업 가운데 하나로 3, 4단계의 부품업체들이 밑바닥에서부터 가치사슬의 연쇄를 이루고 있고 그 정점에 완성차 업체가 있다. 자동차 한대에 소요되는 부품은 어림잡아 2만여개로 이들 부품이 조화롭게 조립돼야 자동차 1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간에 이뤄지는 수직적인 형태만을 의미하던 자동차 업계의 ‘협업’ 개념이 최근 들어 완성차 업체간의 수평적 ‘협업’ 역시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IT의 발달과 함께 산업내 e비즈니스를 도입한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이제는 공동의 인프라 구축, 데이터의 원활한 교환 및 관리를 위한 표준 정의 등 완성차 업체간 수평적 협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의 경우 확장성이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비용도 저렴하지만 통신품질이 낮고 고르지 못하며, 보안이 취약해 수발주 데이터나 신제품 설계 파일 등을 교환하기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출현한 것이 KNX다. KNX는 다자간 방식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로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는 KNX망을 통해 망에 가입된 기업 중 데이터 교환을 원하는 모든 업체와 자유롭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KNX가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간 데이터가 오고가는 전용 통로라면, 그 통로를 오가는 주된 데이터는 업체간 거래에 필요한 전자문서가 될 것이다. 시범사업에서 TF팀은 지난 99년 11월부터 2000년 3월까지 선행연구 단계로 각 완성차 업체별 생산자재 구매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표준 전자문서 적용을 위한 새로운 표준 프로세스를 정의했으며 국제연합을 중심으로 제정된 UN/EDIFACT 표준을 기반으로 표준전자문서도 29종 개발했다.
오는 9월이면 이제 3차연도에 걸친 자동차 B2B 시범사업이 모두 완료된다. 현재 KNX와 EDI는 개발이 모두 완료된 상태로 향후 활발한 확산만이 주과제로 남아있다. 부품정보 표준화는 생산자재 표준화만 완료되면 개별 업체들이 이를 토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숙제다. 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지원과 김준기 과장은 “이 프로젝트는 종료된 것이 아니라 이제 또 다른 출발점에 선 것”이라고 밝혔다.
TFT 및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세계화에 발맞춰 KNX망을 미국의 AIAG, 일본의 JNX, 유럽의 ENX 등과 연결시키고 범세계적인 자동차업종의 전자상거래망인 GNX와 연동시키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해외 부품업체 및 법인과의 교류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향후 자동차산업의 기초소재 및 부품을 제공하는 전자업종이나 철강업종 B2B와도 연동해 다업종간 네트워크로 확산시켜 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포부다. 이와 같은 업종 공동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화추진협의체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