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매주 월요일 온·오프라인 유통 현장에 대한 심층 취재물인 ‘유통 풍향계’를 신설합니다. 앞으로 이 코너에서는 국내외 유통업계의 흐름을 좌우하게 될 주요 사건과 이슈에 대한 배경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을 심도있게 제시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 바랍니다.
‘전자 유통의 메카’라는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용산전자상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변하지 않고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위기감은 썰렁한 용산의 매장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용산 상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한마디로 ‘시계 제로’다. 용산을 방문하는 고객수가 해마다 줄고 매출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이 곳에서 10년 넘게 컴퓨터 매장을 운영해 온 이병승씨는 “월 매출이 지난해의 60∼70% 수준”이라며 “변두리 상가를 중심으로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는 매장이 속출하고 있다”고 잘라말했다.
봄이지만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용산 분위기는 단순히 경기불황 때문이 아니다.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욱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테크노마트 등 쾌적하고 편리한 복합 전자상가가 생기면서 국내 유일의 전자 유통단지라는 용산의 지위는 허물어지고 있다. TV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채널은 용산의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온라인에 부품가격이 공개되면서 더 이상 용산 가격은 ‘불가침’ 영역이 아니다. 홈쇼핑과 인터넷몰은 특정 모델을 대량으로 구매해 덤핑에 가까운 가격에 팔기도 한다. 임무선 용산협동조합 이사장은 “용산상가가 갖는 장점은 사실상 모두 허물어졌다”며 “이전 용산의 명성을 위해서는 예전보다 몇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바꿔라=지난달 용산상가에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들어섰다. 전자랜드가 멀티플렉스 영화관 ‘랜드시네마’를 오픈한 것이다. 전자랜드21 이광호 이사는 “랜드시네마가 용산상권의 이미지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며 “전자쇼핑과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용산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자랜드 신관 4·5층에 초고속 무선 서비스 ‘넷스팟’을 시작, 앞서가는 전자상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내년 완공되는 용산역 민자역사도 고급 전자상권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뭉쳐야 산다=용산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잇따라 힘을 모으고 있다. CPU·메모리 등을 유통하는 150여 업체가 ‘용산컴퓨터전자부품협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메인보드·그래픽카드를 유통하는 주요 총판 30여곳도 ‘MV사랑’이라는 연합단체를 결성했다. 또 지난해에는 ‘컴퓨터전자상거래연합회’가 구성되는 등 유통질서 개선을 위한 동종업체간 모임이 줄을 잇고 있다. 이용길 MV회장은 “무자료와 장기여신 거래 등 불합리한 거래 관행에 적극 나서겠다”며 “당분간 거래방식 변화로 매출감소가 우려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브랜드를 높여라=‘용산은 싸지만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뀌기 위한 노력도 진행중이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자체 브랜드 PC상품 개발이다. 컴퓨존·아이코다 등은 슬림PC와 게임PC 등 기획상품을 자체 브랜드로 개발해 월 1000여대씩 판매하고 있다. 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정품 윈도를 탑재한 PC를 선보이며 용산 조립PC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일부 전자상거래 업체는 전자 유통망의 중심지인 용산을 물류기지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본사를 용산으로 속속 이전하는 등 용산이 새로운 물류센터와 온라인 유통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사진설명:
용산전자상가가 우리나라 전자유통의 중심지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용산상가가 고급 상권이라는 이미지를 물씬 풍기도록 단장된 전자랜드의 랜드시네마(위)와 매장.
<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