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사무실시대 `성큼`

 ING생명에 근무하는 육대영 컨설턴트(41)는 좀처럼 회사에 들어가질 않는다. 직업상 외근이 많은 탓도 있지만 직장 동료들보다도 더 자주 회사에 들어가지 않는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육씨는 “전에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각종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서, 계약서 등을 회사에 들러 찾아와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노트북과 프린터를 들고 다니면서 고객실정에 맞는 상품을 컨설팅하고 관련자료를 현장에서 바로 출력합니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고 고객들도 보험상품에 대해 말로 듣거나 노트북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문서로 차근차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만족해합니다”고 말했다.

 육씨의 경우처럼 사무업무를 회사 밖에서 처리하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기업체의 문서·장부 작업은 대개 PC와 프린터·복사기 등이 갖춰진 사무실 내에서 주로 이뤄졌으나 휴대형 정보기기가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 ‘이동형 개인 오피스’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롯데칠성의 전문 영업사원들은 PDA와 휴대형 프린터를 하나씩 갖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 PDA로 주문·결제 사항들을 입력한 후 고객에게는 휴대형 프린터로 영수증을 발급한다. 일일이 견적서를 쓸 일도, 견적서를 중간에 잃어버릴 일도 사라졌다.

 롯데칠성에 휴대형 프린터를 공급한 우심시스템의 홍진표씨는 “무선 데이터 송수신 기능으로 PDA나 노트북에 연결하는 선도 사라져 한결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외근직 종사자들만 휴대형 정보기기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HP의 조진탁 차장은 “아직까지는 외근이 많은 사람들이 주된 고객이지만 출장이 잦은 CEO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들도 휴대형 프린터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황모씨(26세)는 최근 휴대형 정보기기가 일상 생활에서 편리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체감했다. 가스안전공사 직원이 검침을 마친 후 확인 서명을 부탁한다며 종이 대신 PDA를 내민 것이다. 황씨는 “두꺼운 서류철을 들고 다니지 않고 손바닥만한 크기의 PDA로 업무를 간단히 처리하는 모습이 생소했다”면서도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