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평가시스템 개선 배경 및 전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평가시스템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출연연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매년 실시되고 있는 기관 평가시스템이 매우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과기부를 비롯한 새정부 과기팀이 ‘메스’를 들이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기계는 현행 출연연 평가시스템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과기부, 연합이사회, 국가위 등 과기 정책부처들도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이 문제인가=현 평가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단기간(1년)에 너무 많은 평가가 이루어져 연구기관들이 인적 및 시간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실제 출연연들은 1년에 5차례에 걸쳐 대내외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 중에는 차기연도 출연금 예산배정은 물론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평가가 수반된다.

 자연히 출연연들은 중장기적인 연구개발보다는 단기적 성과 위주의 개발에 치중, 평가의 본질이 왜곡되고 출연연 본연의 임무인 연구개발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국무조정실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조성복 사무국장은 “지금의 평가시스템 아래선 연구원들이 소신껏 연구개발에 매진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평가방식도 문제다. 현행 평가시스템은 기관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연구개발경쟁력 제고란 명목 아래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그러나 연구 성격이 전혀 다른 출연연을 같은 선상에서 상대평가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으며 예산을 무기로 한 행정편의적 발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평가항목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과기계는 “그동안 연구회가 평가항목별 비중의 차별화를 통해 기관 특성을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만 여전히 기관의 특성을 항목의 비중으로 모두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며 평가항목을 연구기관 운영상 문제가 되고 있는 핵심 사항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연연의 반응=과기부가 출연연 평가시스템 개선을 추진하는 것에 출연연 관계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산하 연구기관이 네곳밖에 되지 않아 1위에서 4위까지 연구성과 및 경영결과의 순위를 매기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기초기술연구회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평가시스템의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기관별 순위에 따라 기관장 연봉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동안 신경을 안쓸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심지어 일부 기관은 기관 전체가 나서 1년 내내 평가 대비를 위한 작업에만 몰두할 정도로 부작용이 많았다”면서 출연연 평가제가 개선되면 최소한 과당경쟁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계는 “현행 정부의 예산지원액이 차등 적용되는 평가시스템 아래서 실적을 과대포장하거나 지나친 경쟁유발로 인한 부작용이 컸던 만큼 이번에 평가주기 1년에서 3년 전환과 상대평가제 도입 등 평가시스템의 수술이 위축된 출연연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