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마켓-EBPP업계 비슷한 행보

 지난 2000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e마켓플레이스와 인터넷지로서비스(EBPP) 업계가 닮은 꼴이 많아 화제다. e마켓플레이스는 온라인에서 상품 중개역할을 하는 서비스이고 EBPP는 인터넷상에서 전자고지와 납부를 대행해주는 비즈니스모델이다. 모두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서비스다.

 두 업계는 우선 본격적으로 사업이 개시된 지 3년째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초기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개라는 본연의 사업보다는 솔루션 개발이나 SI와 같은 부가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 넉넉한 대기업들이 초기에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잇따라 뛰어들었다 관망세로 돌아서 버린 상황도 비슷하다. e마켓에서는 종합상사들이 자본금 100억원대로 설립했던 화학 e마켓 켐라운드 등이 문을 닫았다. EBPP업계도 SK텔레콤과 KT 등이 독자 사업을 벌이려다 시장을 관망하는 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업 안팎의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내부문제로는 초반에 지나친 기대심리로 과잉투자를 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고가의 외산 솔루션을 무턱대고 도입한 e마켓이 있는가 하면 대용량 하드웨어를 무작정 도입해 절반도 사용못하는 EBPP업체도 있다. 외부문제로는 오프라인 기업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빼놓을 수 없다. 중개역할이 핵심인 e마켓으로서는 오프라인 기업참여가 관건이지만 주주사들조차도 참여를 미루는 분위기여서 활성화가 더뎌지고 있는 것이다. 한 e마켓업체 대표는 “주주사가 참여하지 않는데 누가 e마켓에서 거래하려고 하겠느냐”며 “주주사의 경영진을 설득하더라도 현업에서 거부당하는 사례도 있다”고 토로했다.

 EBPP업체도 마찬가지다. 신재득 앳누리 사장은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급자 위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한 곳에서 여러 공지를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기업이 자신의 이해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고려한다면 EBPP 시장도 멀지 않은 시일내 활성화될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두 업계 모두 전망있는 시장이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e마켓업계는 B2B 거래가 늘고 있고 G2B 활성화와 함께 오프라인 업체가 본격 가세하게 되면 B2C를 훨씬 능가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EBPP업계 역시 일부 기업들이 잇따라 증자에 성공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e마켓과 EBPP업계의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언제 큰 수익이 날지는 모르지만 쉽게 포기하기도 애매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는 듯하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