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박막 분석기술·장비 국산화 의미

 연세대 염한웅 교수팀이 8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실리콘 박막 분석기술과 관련 장비를 국산화한 것은 반도체용 분석장비 개발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분석정밀도(분해능)를 보유한 광전자 분광설비가 순수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됨으로써 반도체 세계 최강 한국의 자존심을 살리게 됐다는 점이다. 메모리분야의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하며 반도체 강국을 자부해온 우리나라도 이제 외산 기술이나 경쟁국의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핵심 박막소자를 분석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실리콘계 반도체 등 전자 소자는 복잡한 박막구조로 형성돼 박막상태와 공정 결과물에 대한 정밀한 물리적, 화학적 분석이 기술개발의 생명이다. 현재 물리적 구조분석에는 전자현미경과 X선 회절분석이 널리 사용되지만 화학적 조성 분석엔 전자분광법이 주로 응용된다.

 문제는 반도체 초고집적화가 급진전, 극박막 재료와 초정밀 공정기술의 필요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관련 기술이 취약해 고가 장비를 철저히 선진국에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초고분해능 광전자 분광기술 국산화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초정밀 분석기술 확보경쟁에 참여하게 됐다. 또 반도체업체 등 관련 산업체와 연구소 등의 분석업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돼 국내 반도체산업의 대외경쟁력이 한단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을 진두지휘한 염한웅 교수는 “그동안 많은 연구소, 학계, 산업체 등이 박막소자 분석을 위해 엄청난 외화를 유출했다”며 “이번 분석기술 개발로 적지 않은 외화절감과 함께 국내 연구진의 반도체 소자 및 재료 등 기초기술 개발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밀분석 기술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것도 이번 초고분해능 광전자 분광기술 개발이 가져다준 또하나의 부수 효과로 평가된다. 염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이미 물리학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피지컬리뷰’에 지난 수개월간 총 5편의 논문으로 게재돼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실려 전세계 석학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모음에 따라 학술적인 고평가와 함께 실리콘 소자 관련 분석의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이번에 개발된 분석기술은 또 기본적으로 실리콘 반도체 소자용으로 적용되지만 앞으로 신소재, 나노기술(NT) 등 다양한 하이테크 분야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첨단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관련 산업체, 국책연구소, 대학 등의 연구진에게 이 장비의 문호를 개방, 관련 응용기술 발전에 기여할 방침이다. 삼성종기원 나노분석실 송세안 박사는 “이 장비가 앞으로 NT분야 전반에 널리 응용, 관련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테라급나노소재개발사업단측은 올 하반기부터 이 기술과 장비의 일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핵심 소스인 고휘도 방사광을 제공하는 포항가속기연구소측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