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59)싸커보이 토토(1)

 ‘싸커보이 토토’는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높아진 한국 축구의 이미지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도록 하려는 한국 문화콘텐츠의 결정판이다.

 2000년 애니메이션사업의 세 축인 제작사, 투자사, 마케팅사의 전략적인 조화를 통해 ‘싸커보이 토토’는 탄생했다. 캐릭터사업을 이끌 기업으로 주목받던 씨엔씨엔터테인먼트의 최윤식 사장과 세계적인 장갑전문 제조·수출사인 마이다스의 곽창엽·염규창 사장이 만나 막대한 자금력과 긴 제작기간이라는 국내 애니메이션시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인 ‘싸커보이 토토’를 제작해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사실 ‘싸커보이 토토’ 제작은 애니메이션시장에서 일본과 미국의 막대한 자금력과 우수한 기술력에 밀려 국내 애니메이션시장이 위축돼 있는 현실을 뒤엎는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98년 프랑스 월드컵 직후 일본의 축구 애니메이션인 ‘축구왕 슛돌이’가 세계적으로 축구 애니메이션 열풍을 주도했다는 선례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경제 환경과 문화산업의 흐름으로 볼 때 26부작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에는 무리수가 있었다. 하지만 기술력만큼은 세계 일류인 한국 애니메이션계를 신뢰하고 2002 한일 월드컵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기에 ‘싸커보이 토토’는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일례로 마이다스의 염규창 사장은 “수출을 통해 외화벌이에 정신이 없던 어느 날 회사 수익을 재투자하려던 차에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됐다. 마침 친분이 있던 씨엔씨엔터테인먼트의 최윤식 사장이 축구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해 ‘바로 이거다’라는 직감을 믿고 제작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미 98년에는 일본 애들이 했으니 이번엔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차례다”는 생각에 적극 동참했다고 한다.

 마이다스의 염 사장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최 사장과 국내 최고의 애니메이션 전문가 집단인 산그림닷컴 사람들과 고생한 지난 2년여 동안 오로지 한국 애니메이션계, 아니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월드컵 전사들처럼 세계 애니메이션계를 깜작 놀라게 할 작업을 준비한다는 생각에 지치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행복했다”고 한다.

 씨엔씨엔터테인먼트의 최윤식 사장은 “싸커보이 토토는 월드컵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자부한다”며 “월드컵이 전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싸커보이에 등장하는 지구팀은 각양각색의 인종을 표현해 전세계 누구나 친근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글로벌 애니메이션”이라고 설명한다.

 ‘싸커보이 토토’의 탄생은 두 대표의 노력과 믿음, 자신감의 소산물이었던 셈이다.

 26부작 장편 애니메이션인 ‘싸커보이 토토’는 기획·제작 당시 IMF라는 경제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50억여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었다. 50억여원이라는 제작비의 규모의 산정에는 단순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 외에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만화를 만들겠다는 책임감도 내포돼 있다. 물론 책임감 하나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한 전 세계적인 축구붐과 축구만화에 대한 관심 집중이라는 기회 요인을 계산해 치밀하게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제한적인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보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공략이라는 글로벌한 마케팅 마인드가 숨어있다.

 이러한 전략의 근원과 자신감은 장갑 제조, 수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국내시장보다 세계시장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는 마이다스의 염규창 사장의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98년 8월에 회사를 설립, 창립 3년만인 2000년에 수출 100만불탑, 2001년 수출 500만불탑, 2002년 수출 1200만불탑을 수상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장갑전문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염규창 사장의 글로벌한 마케팅 마인드는 그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한다. 염 사장은 “마이다스의 기본적인 마케팅 마인드는 최고의 제품력”이라며 “싸커보이 토토 또한 최고의 완성도를 목표로 제작했다”며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싸커보이 토토’의 탄생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월드컵 4강 신화의 환희, 그 이면에는 ‘싸커보이 토토’의 아픔과 재기가 있다.

 스타랑 전략기획팀 유재천 팀장 skyrock7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