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의 음악이 만인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저 주어진대로 편하게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한테는 여전히 까다롭다. 얼마 전 나온 새 앨범 ‘신비체험’도 많이 대중적이라고는 하지만 만만치는 않다. 그 자신도 “이번 음악은 30대나 20대 후반 정도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10대에 맞춘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가 80년대 말 ‘담다디’와 ‘사랑할거야’ 이후 스타덤과 멀어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팬들이 이상은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우리 가요의 통속성에 물들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낼 줄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확실히 국내 음악계에 몇 안되는 ‘여성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할 것이다.
열한번째가 되는 이번 앨범도 대중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고민이 가져온 산물이다. 한창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있는 곡 ‘비밀의 화원’이 여실히 말해주듯, 이전 노래에 비해 한결 밝아진 이유도 영국 유학중 얻은 ‘단순성’의 힘, 나이 서른이 되고 나서의 긍정적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결코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성공을 곁눈질한 것이 아니다.
‘비밀의 화원’은 늘 그랬듯 목에 걸린 듯한 완벽하지 않은 고음이 여전하다. 웬만한 스타도 어렵다는 10장 앨범을 돌파한 중견가수 입장에서 그러한 단점을 모르지 않을 텐데, 고집스럽게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상은의 입장은 당당하고 단호하다. “만약 내가 그렇게 소리를 잘 낸다면 그건 내가 아니다. 그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노래를 음역, 발성, 음정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느낌을 얼마만큼 자연스럽게 내느냐 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뚝심을 지키면서도 음악의 명도(明度)를 높인 것은 분명하다. 때로 우울하고 가라앉은 사운드 속에서 ‘비밀의 화원’을 비롯해 ‘Mysterium’ ‘Supersonic’ ‘Soul deep Sunday’ 그리고 히든트랙은 상대적으로 밝고 명쾌하다. 스스로 말하듯 ‘공주처럼 지내다가 마치 일상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신비는 누구나 곁에 두고 있는 작은 즐거움 안에 들어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달라진 것은 음악의 빛깔만이 아니다. 95년에 낸 5집 ‘공무도하가’ 이래로 그는 줄곧 일본 자본에 의해 음반을 제작, 배급해왔다. 이번 음반도 버진인터내셔널에 의해 세계로 배급되지만 우리 자본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에 따라 지난해 소속된 한국기획사에서 발매했다.
신보도 그의 코드인 ‘실험’의 연장선상에 있다. 수록곡 ‘The world is an orchestra’와 ‘Winter song’은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받은 음악적 충격을 창조적으로 적용, 갖가지 소리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피리와 북이 등장하는 곡 ‘Mysterium’이 말해주듯 오리엔탈리즘만은 놓치지 않았다. 이것이 이상은의 ‘자의식’일 것이다. 밝아졌다고 이상은이 말을 갈아탔다고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그의 강한 자의식은 계속된다.
임진모(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