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즐거움이 생산력이다 - 대기업, 재미경영 나섰다

 경북 구미의 LG마이크론 최상혁씨(28). 그는 요즘 회사에서 논다. 지난주 사장과 평사원이 술자리를 가진 데 이어 회사에서 영화를 볼 생각이다. 회사에서 업무시간 외에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LG전자·LG마이크론·제일모직 등 대기업이 직원들 스스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경기침체와 전쟁, 사스(SARS) 등 각종 악재로 사회 분위기가 우울해지고 있지만 각 기업은 ‘즐거움’을 모토로 한 다양한 사내운동을 통해 위기를 스스로 돌파하겠다는 것. 신세대 또는 X세대로 불리던 90년대 학번이 올해 처음으로 과장급 의사결정권자의 위치에 오르고 사원 대부분이 소위 신세대로 채워지면서 과거 엄숙하던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보다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도 원인이다.

 LG전자(대표 구자홍)의 사업장에서는 ‘칭찬 릴레이’ ‘자기소개 게시판’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냉장고사업부·DS사업부·기업통신연구소·CDMA사업부 등이 칭찬 쪽지 릴레이 등을 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만들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산공장의 DMC사업부에서는 야간 근무자들을 위한 ‘별빛 투어’가 인기다. 사업부장과 지부장들이 밤 12시 이후 직접 현장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LG마이크론(대표 조영환)은 아예 CEO가 직접 나서 ‘재미있는 회사생활’을 독려하고 있다.

 조영환 사장은 최근 ‘시네마 데이’를 통해 한국영화 ‘클래식’을 직원들과 회사에서 관람한 데 이어 매주 점심시간에는 도시락 미팅을 갖고 있다.  또 지난 2월부터 매달 ‘FIFA 데이(First in Family&Factory)’ 행사를 실시하고 회사 운동장에서 딱지치기·제기차기·밤까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조 사장은 “젊은 사원들이 회사의 주축이기 때문에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루도 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피시경영’라는 신조직문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제일모직(대표 안복현)도 전임원을 대상으로 피시(FISH)교육을 마치고 이 달부터는 채인징 리더와 피시맨 86명이 부서별로 ‘바이로리듬 게시판’ ‘한달에 한번씩 부서원 집 방문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밥 로스의 ‘Fun경영’을 번역한 김원호 박사는 “위기의 시대에는 ‘시설’과 ‘자금’보다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창의력이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직원들을 찾아내고 회사에 붙들어두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최선의 전략이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