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개혁과 경영혁신 그리고 사회 변혁을 이끄는 수단으로 정보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정보화투자, 컨설팅, IT인력 등 첨예하게 대립되는 각종 정보화 문제들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과 의견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과연 우리나라의 정보화는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매주 한 차례씩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을 통해 생생한 현장 경험과 주장을 들어본다.
‘IT공방’ 첫번째 주제는 ‘외국계 컨설팅, 사치인가 필수인가’다. PWC·액센추어 등 유명한 외국계 컨설팅회사로부터 컨설팅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 중에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컨설팅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왜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국계 컨설팅업체를 선호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또 외국계 컨설팅 서비스가 과연 투자비용만큼이나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갑론> 국내 컨설팅-김인현(투이컨설팅 대표)
얼마전 몇몇 외국계 대형 컨설팅업체들이 활용하는 최신의 방법론을 검토해 보았다. 하지만 이 템플릿이나 자료의 노하우가 국내 기업들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자료를 공유(sharing)한다고 해서 컨설팅 노하우나 수행능력까지 공유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 환경과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외국업체의 컨설팅 업무를 이해하는가”라고 물으면 제대로 설명을 못하는 국내 담당자들이 많다.
동일한 템플릿과 방법론이라도 컨설팅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 실제 수행했던 사람,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해 충분히 훈련된 바로 ‘그 사람’을 컨설팅에 투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고객은 많은 요구를 하지만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한다. 그럼에도 국내 고객들은 실용적인 측면보다 외국계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만 너무 의존한다. 국내 컨설팅업체는 직접 실력을 보여준 뒤에야 인정한다.
국내 컨설팅업체는 연봉면에서 파트너 레벨의 경우, 외국계에 비해 3∼5배 가량 낮고 인력단가에서도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여기에 외국계 회사의 M&A 시도나 인력 스카우트에도 시달린다. 이런 점이 국내 컨설팅업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결국 경제 논리로만 보면 국내 컨설팅회사는 살아남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내 컨설팅 전문가들은 우리 환경에 맞는 새로운 IT비전과 문화를 개발하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으로 일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면 우리는 한다. 국내 컨설팅업체는 고객의 가치에 집중돼 있다.
한국 사회는 원래 ‘서비스’라는 개념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인색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일반적인(general) 컨설팅 요구는 줄어들고 특정 영역에 대한 컨설팅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고객의 IT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즉 일반적인 얘기는 이미 고객도 알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이제 IT컨설팅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한다. 컨설팅을 통해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컨설팅을 받기에 앞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전체를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솔루션만 개선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할 것인지, 국내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가격 문제도 중요하다.
특히 한국이 세계적인 IT리더십을 가지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컨설팅을 육성해야 한다. 국내 IT아웃소싱 업체를 몇개 합치든지 아니면 외국계 컨설팅의 헤드쿼터를 끌어들이든지 무슨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적으로 통하는 최고 수준의 컨설팅기업이 필요하지 않은가.
<을박> 외국계 컨설팅-박재영(딜로이트컨설팅 부사장)
고객은 세계 수준의 업무 프로세스를 원한다. 외국계 컨설팅기업은 보통 1만∼6만명의 컨설턴트와 함께 전세계를 연결하는 지식관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경험이 전혀 없는 신규 프로젝트라도 풍부한 경험을 지닌 전세계 컨설턴트들로부터 수시로 자문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컨설팅 프레임워크가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이며 세계 최고의 수행 능력(practice)을 자랑한다.
이것이 바로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경쟁력이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역시 국내 업체보다 높다. 동일한 분야의 전문가라 해도 국내 업체보다는 임금이 높은 외국계 컨설팅사에 우수 인력들이 몰리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정보기술(IT)은 태생부터가 미국이 근원이기 때문에 외국계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한국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IT트렌드나 컨설팅 노하우를 선도(leading)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에 의존하는 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외국계 컨설팅업체가 보유한 세계적인 능력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특정 회사의 상세한 컨설팅 내용을 다른 회사 고객과 공유(sharing)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세한 내용보다는 다양한 컨설팅 경험을 통해 전세계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프레임워크(framework)를 개발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컨설팅한 자세한 내용을 다른 회사에 그대로 갖다 주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결국 컨설팅 과정에서 구체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사람이 할 몫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와서 컨설팅을 해 주는 것이 컨설팅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외국계 컨설턴트들은 컨설팅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 연구조직들은 프레임워크 개발, 방법론 개발 등 기반연구를 수행한다.
하지만 국내 컨설팅 조직은 우수한 컨설턴트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못된다. 같은 인력이라도 외국계 회사로 옮기면 연봉이 높아진다. 대형 SI업체들 대부분이 컨설팅 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지만 본인이 컨설턴트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는 외국계 컨설팅기업에 비해 허술하다.
최근 우리 기업의 수준이 높아져 오히려 세계적인 레퍼런스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기업의 컨설팅 사례는 외국 컨설턴트들로부터 훌륭한 레퍼런스 사이트로 인정받는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컨설턴트로서 국내 기업의 브랜드를 해외에 전파한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외국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제 구현(implementation)능력이 강한 국내 컨설팅업체의 컨설턴트들과 외국계 컨설턴트들이 공동으로 국내 기업에 글로벌한 방법론을 적용해 나가며 컨설팅노하우를 함께 높여가는 방법도 좋을 듯 하다.
<사회> 임춘성(기업정보화지원센터장)
현재 국내 컨설팅 시장은 해외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또 외국계 컨설팅사에 대한 가격대비 가치와 맹목적인 신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예산대비 효과나 인적자원의 능력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국내 컨설팅사도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가치나 방법론의 체계적 개발, 레퍼런스 개발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국내 컨설팅과 외국계 컨설팅기업은 서로 배타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고객의 수준이 최근 성숙되기 시작하면서 요구사항이 분명해진 고객들은 세분화된 레퍼런스들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는 고객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IT컨설팅도 업종 및 업무, 특정 분야의 방법론과 레퍼런스에 특화된 부티크 형태의 발전이 예상된다. 아울러 국제화된 우리나라의 기술가치 만큼이나 IT컨설팅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국내기업이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리=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독자 여러분께>
IT공방은 전자신문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입장과 주장을 직접 수렴하는‘참여의 장’입니다. 이번 ‘외국계 컨설팅! 사치인가 필수인가’에 관한 입장은 물론이고 다음 회에 다룰 새로운 주제에 관한 개인 의견을 미리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IT공방을 통해 꼭 다뤄야할 주제나 토론 방향에 대한 제안도 가능합니다. IT공방 토론자로 직접 참가하겠다는 신청도 받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과 현상을 꿰뚫는 예리한 지적을 기대합니다. 주장과 의견은 IT공방 담당자 e메일(sdjoo@etnews.co.kr)로 보내시면 됩니다. 다음번 IT공방 주제는 ‘정보화 투자 ! 손해냐 혁신이냐?’입니다. 공룡처럼 커져만가는 정보화 투자비용을 둘러싸고 합리적인 투자를 기대하는 기업 재무관리자(CFO)와 보다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정보화책임자(CIO)간의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들어봅니다. 이를 통해 정보화 투자규모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도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