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업계가 정책혼선, 제조사들의 마케팅비용 축소, 가입자 환수 등 잇따른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대기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관련업계는 이동통신 산업이 국내에 뿌리를 내린 이래 시장상황이 사상 최악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 부재에 대한 불만과 함께 사업자와 대리점간 관계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테크노마트에 소재한 한 판매점 대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30% 이상 매출이 줄어 매장운영비조차 보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사업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매물로 나오는 매장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점으로부터 단말기를 공급받아 판매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판매점 입장에서는 신규 가입자 시장이 축소되면서 곧바로 매출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판매점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곳은 휴대폰 유통시장의 핵심인 이통사 대리점들이다.
대리점 경영난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4년 기한으로 받는 관리수수료 매출 감소다. SK텔레콤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 대리점에 4년 기한으로 이용료의 6%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4년 기한이 지난 가입자는 이통사로 환수되고 있는 반면 신규 가입자수는 이를 보전할 만한 수준에 못미치고 있어 대리점의 매출도 수직강하하고 있는 추세다.
수원지역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대표는 “올초부터 휴대폰 가입이 최고조를 이룬 99년 당시의 가입자들이 본사로 환수되면서 대리점의 주 수익원인 관리수수료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대형 대리점은 월 2500명 이상의 가입자가 본사로 환수되면서 올해말에는 관리수수료 매출이 30∼50%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일부 대리점은 이동통신사의 묵인 아래 사업철수를 전제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행 대리점 계약 규정상 대리점의 인수합병(M&A)과 명의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해 이를 둘러싼 마찰도 늘어나고 있다.
한 유통 전문가는 “정부가 보조금 예외조항에 대한 개정작업을 조기에 완료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통사들도 유통채널이 안정화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자연스러운 유통시장 구조조정을 위해 대리점간 M&A의 길을 터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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