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세계적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 못지 않게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감독이 적지 않다.
그중 최근에 있었던 제75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의 감독 마이클 무어는 ‘할리우드의 이단아’로 유명하다.
무어 감독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시상식 당시 ‘부시, 우리는 당신이 부끄럽다’는 직설적인 어법으로 반전을 주장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평소 독설적인 다큐멘터리스트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는 ‘멍청한 백인들(stupid white men)’이라는 저서에서도 ‘우리는 새로 미국 대통령이 된 멍청한 부시의 눈동자만큼이나 몽롱해졌다’고 지적하는 등 통렬한 비판적 시각으로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
그러나 무어 감독은 독설만큼이나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이번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볼링 포 콜럼바인’이 국회 바른정치실천연구회 주관으로 11일 국내 관객을 미리 만난다.
오는 25일 코아아트홀과 메가박스에서 개봉될 예정이지만 민주당 개혁파 의원 모임인 바른정치실천연구회가 영화 상영을 문의,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시사회가 열리게 된 것.
이라크전에 대한 반전 물결이 국내서도 예외없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의 근본문제인 ‘폭력’을 깊이 숙고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연구회의 목적일 게다. 정치적인 색깔을 떠나서라도 이 영화는 분명 우리 사회의 폭력과 전쟁의 문제점을 짚고, 무엇이 진실이고 진정으로 의미있는 것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은 99년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록 가수 마릴린 맨슨, 오클라호마 폭파사건의 주범인 제임스 니콜스를 출연시켜 미국의 어두운 면을 묘사하고 있다. 미국이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인양 행동하면서도 실은 광기와 폭력의 역사로 얼룩져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99년 4월 20일. 농부는 농장에서 일하고, 선생은 수업하고, 대통령은 전쟁놀이에 열중하던 별다를 것 없는 미국의 아침. 콜로라도에 사는 소년 ‘에릭’과 ‘딜란’은 볼링을 하러 간다.
그 날, 콜로라도 리틀톤의 콜럼바인고교에서 끔찍한 총격사건이 벌어진다. 평소 ‘트렌치코트 마피아’라고 자칭했던 에릭과 딜란이 900여발의 총알을 시원하게 날려 학생 열둘에 교사 한명을 죽이고, 본인 역시 그 자리에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1시간 전, 클린턴 대통령은 코소보 전역에 걸쳐 미군 대공습을 발표한다. 누구의 책임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대 무기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사의 직원 자녀 대부분이 콜럼바인고교에 다닌다. 콜럼바인 참사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헤비메탈, 폭력영화, 사우스 파크, 비디오게임, 마약, 마릴린 맨슨을 꼽지만 정말 이들을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볼링 더 콜럼바인’은 다큐멘터리라는 약간은 소외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개봉된 이후 지금까지 6개월이 넘도록 롱런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