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업계의 쇼핑몰 사이트 무단 베끼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9일 주요 인터넷 쇼핑몰 업체에 따르면 최근 쇼핑몰 메인 페이지에서 디자인 및 화면 구성, 심지어 콘텐츠까지 도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중소형 쇼핑몰이 대형 쇼핑몰의 메인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와 문제가 된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대형 쇼핑몰끼리 사이트를 무단으로 베껴 법적소송까지 치닫는 등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쇼핑몰 LG이숍을 운영하는 LG홈쇼핑은 9일 자사의 쇼핑몰 사이트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롯데닷컴과 현대홈쇼핑의 H몰을 상대로 법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홈쇼핑에 따르면 롯데닷컴은 지난달말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LG이숍 메인 페이지의 고유 코너인 ‘정보센터’를 ‘상품정보센터’라는 거의 유사한 이름으로 신설하고 콘텐츠도 LG이숍 사이트에서 그대로 옮겨왔다고 주장했다.웹사이트 참조
정영현 팀장은 “정보센터는 상품정보와 소비자 상품평을 제공하는 코너로 LG가 처음 신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며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일부를 참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판박이처럼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소송배경을 설명했다.
롯데닷컴 측은 이에 대해 “가격비교나 검색 같이 쇼핑몰에서 유사한 코너는 비일비재하다”며 “상품정보센터 코너는 외주로 제작해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를 ‘마이라이프’라는 코너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는 이와 함께 지난달 H몰이 신설한 웹진 서비스 ‘오렌지’도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LG이숍에서 제공하는 ‘더 뷰(the View)’와 디자인 구성이나 콘텐츠가 복사판이라며 법조팀을 중심으로 도용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언급했다.
삼성몰도 올 초에 대대적으로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신설한 ‘디지털 숍’과 ‘럭셔리 숍’을 다른 쇼핑몰에서 그대로 도용해 골머리를 앓았다. 삼성몰은 타깃 마케팅을 위해 몇 개월 동안 사전 준비작업 후 시작한 이 코너의 디자인·콘텐츠·상품구성까지 그대로 베껴 마치 삼성몰인 것처럼 운영하는 사례가 빈번해 이들 업체에 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삼성몰 측은 “자체 조사보다는 사이트가 유사해 삼성몰로 오인, 접속한 소비자가 알려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정도로 사이트 도용 사례가 광범위해 지금은 고객서비스팀을 중심으로 매일 주요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홈쇼핑 조성구 본부장은 “인터넷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어느 정도의 벤치마킹은 인정하지만 특성 사이트만의 고유한 디자인·콘텐츠·이벤트 등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