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식 포켓스페이스 사장 dosik@pocketspace.co.kr
한국 모바일게임 사업도 이제 3년째에 접어들었다. 모바일게임 산업규모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을 넘어서는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의 한 분야로 당당히 자리매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닷컴 비즈니스 몰락 이후 최근 모바일 비즈니스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모바일 비즈니스도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디지털 콘텐츠 사업 중 그나마 가장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많은 신규업체가 모바일 사업에 뛰어드는 이른바 ‘모바일 러시’의 양면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콘텐츠업체들이 참여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기회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을 반드시 야기하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업체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치열한 경쟁은 콘텐츠 자체의 질보다 라이선스 등을 통한 유명세에 의존해 콘텐츠를 양산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망 개방 문제는 모바일게임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망 개방을 통해 모바일 콘텐츠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도 되지만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키워 온 업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PC통신 시대에 사업모델로 각광받았던 IP(Information Provider)들의 몰락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을 망 개방에 비유하자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상대적으로 유료화의 명분을 잃어버린 IP들의 몰락을 보며 다양한 시장확대와 기회창출을 목표로 계획된 망 개방이 정작 수혜자가 돼야 하는 모바일 콘텐츠들을 피해자로 만들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는 망 개방의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콘텐츠업계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모바일게임 산업이 생산의 논리보다는 유통의 논리로만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안정되고 검증된 수익구조만이 모바일게임 업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망 개방이 결정된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망 개방이 본래의 의지대로 업계와 정부 모두의 노력을 통해 모바일 콘텐츠 사업이라는 막 피어나는 꽃을 가꾸는 심정으로 새롭고 보다 큰 밑거름이 돼야 할 것이다.
업계도 외부의 환경변화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다앙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휴대폰이라는 세계 최고의 보급률을 자랑하는 콘탠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너무나도 지엽적인 비즈니스에 한정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요즘 모바일게임 업계의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업계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해외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만 한다. 콘텐츠의 특징상 어떤 사업 분야보다 해외진출에 용이한데도 단지 업체 자신의 영세성에 핑계만을 늘어놓는다면 너무나도 아까운 기회들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협소한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접목을 통해 일시적인 마케팅보단 장기적인 브랜드 비즈니스로의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바일게임 선도업체라 함이 외부의 라이선스를 얼마나 많이 보유해서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느냐는 점으로 귀결된다면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에 미래는 없다. 모바일업체들의 경험미숙을 틈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에이전트들의 난립은 이른바 모바일게임의 ‘코리아 바겐세일’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제도적인 지원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 각 업체들의 영세한 환경은 해외 마케팅에 대한 시도 자체를 불가하게 만들고 있는 만큼 해외 마케팅에 필수요소인 정보의 수집이나 계약표준의 보급 등 제도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노력들을 경주해 나아갈 때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은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으로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