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상가 입주 15년만에 지금 같은 불황은 처음입니다. 외환위기 때보다 힘듭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한마디로 속수무책입니다.”
배만호 금정시스템 사장(48)은 올림픽이 열리던 지난 88년 용산의 전자랜드에 부푼 꿈을 안고 입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중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용산 경기’가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다는 간접적인 표현이다.
“컴퓨터만 취급했습니다. PC붐이 일 때는 주체를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현상유지는커녕 매일 적자가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는 용산상가의 침체를 단순한 경기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클릭만 하면 제품가격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할인점이나 홈쇼핑 가격은 오히려 용산보다 낮습니다. 갈수록 집단상가로서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죠. 삼보컴퓨터 같은 메이커에서 손실을 감수하면서 미끼상품을 내 걸 정도입니다.”
그는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뿌리부터 변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쾌적한 쇼핑환경과 신뢰감을 주기 위해 매월 직원을 교육시키고 식사도 매장 외부에서 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상우회장을 겸하고 있는 배만호 사장은 “15년 전 초창기 입주자들은 대다수가 이미 떠났고 자신은 남은 10% 중 한 명”이라며 “승선은 잘 했는데 언제쯤 하선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