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운전자가 일을 마치고 주차장에 세워 둔 자동차로 다가간다. 운전자가 자동차 옆에 서자 자동차 문의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철컥’하고 들린다. 운전자가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키도 꽂지 않고 손으로 운전석에 있는 레버를 돌리자 ‘부르릉’하고 시동이 걸린다.
크래시패드(Crash Pad)에 부착된 인식 안테나와 운전석의 압력센서 등에 의해 운전자의 운전의지가 엔진에 전달돼 자동차 키를 꽂지 않고도 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동차 기기 제어 프로토콜을 의미하는 ‘CAN(Control Area Network)’에 ‘스마트카드(Smart Card)’ 기능을 응용한 예다. 스마트카드에 내장된 운전자 정보를 송신하는 칩과 자동차 문 손잡이에 적용된 수신기가 서로 반응해 운전자가 다가오면 자동차를 깨어나게 해 문의 잠금을 저절로 풀어준다. 마치 산속이나 지하 등 수신 불가능 지역에 있던 휴대폰이 수신가능지역으로 이동하면 송신신호를 받아 깨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CAN이 적용된 자동차를 탈 경우 앞으로 운전자는 키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으며 키를 분실할 염려도 없다. 마치 신용카드처럼 지갑 속에 스마트 카드를 지니고 다니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가 알아서 잠금도 풀어주고 엔진을 쉽게 구동할 수도 있다.
CAN은 스마트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연결된 제어장치 사이의 통신을 위한 ‘시리얼 버스시스템(Serial Bus System)’이다. 즉 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실시간 데이터 전송 및 데이터의 정확성을 구현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CAN은 엔진관리시스템, 변속장치제어 및 루프(Roof)제어, 에어컨과 라이트 등 자동차 내 전자기술 사이의 네트워크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자동차를 전자지능화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주행시 RPM이나 엔진의 온도·진동·소음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계기판으로 보내 운전자로 하여금 차량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도록 해준다.
CAN은 지난 83년 독일 보쉬사에서 차량내의 전자장치증가로 인한 배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통신네트워크로 개발하기 시작해 91년 첫번째 규격을 제정했으며 92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사에서 최초의 CAN 적용차를 출시하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완성차에 광범위하게 CAN이 적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얼마전 출시된 기아차의 ‘오피러스’에 장착됐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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