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가 올해 생활가전시장의 최대 테마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불황 속에서도 ‘물과 공기’를 상품화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건강’을 코드로 하는 환경가전제품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봄철의 불청객 황사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의 영향으로 공기청정기 시장이 예상밖의 특수를 맞고 있다. 특히 사스가 황사바람을 타고 한반도에 상륙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기청정기를 찾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이라는 환경을 바탕으로 상품화된 공기청정기가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질병예방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제2의 정수기 신화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기오염으로 비염·천식·피부염 등 각종 질환이 늘고 있는 데다 그동안 공기청정기의 성능과 효용성에 의문을 가지던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보급률도 동반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임신기간에 오염된 공기에 노출된 여성이 심장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UCLA의 연구 결과와 국내 황사 속의 세균과 곰팡이 수가 중국 발원지보다 각각 최대 43배, 314배까지 높다는 농촌진흥청의 연구조사도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근거로 작용한다.
국내 공기청정기시장은 2002년에 이어 올들어서도 월평균 1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3년 만에 5배 이상 확대되고 있다.
2000년 800억원대에 불과하던 공기청정기시장은 2001년에는 1250억원, 지난해에는 2400억원에서 올해 최대 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보급률 역시 지난해 6%에서 2배 가량 증가한 최대 12% 선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공기청정기가 3∼5년 내 전자레인지나 진공청소기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여년간 시장성장률도 60%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처럼 황사 및 사스 돌풍이 거세게 불면서 국내 공기청정기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시장 쟁탈전도 어느 해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청풍·삼정인버터 등 공기청정기 전문기업의 아성에 동양매직·쿠쿠 등 생활가전업체가 도전장을 내미는가 하면 삼성전자·위니아만도 등 대기업도 최신 성능을 내세워 프리미엄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수입제품으로는 샤프전자가 지난해 플라즈마 클러스터 공기청정기를 통해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일렉트로룩스·미국 홈즈그룹이 각각 옥시즌·바이오네어 공기청정기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웅진코웨이개발·청호나이스·JM글로벌 등 정수기 전문업체도 기존 정수기에 적용해온 렌털판매시스템을 공기청정기로 확대하는 등 마케팅 전략과 판촉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코오롱 하이필의 경우 3단계 필터시스템과 DC모터를 채택한 공기청정기 ‘노엘(NOELL)’을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공기청정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공기청정기가 이처럼 주목을 받으면서 정부 및 공기청정협회 등 관련단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공기청정협회(http://www.kaca.or.kr)가 이미 성능이 검증된 제품에 ‘CA(클린 에어)마크’를 부여하는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고 환경부 또한 실내 오존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가전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공기청정기가 위축된 가전시장에 얼마나 훈풍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