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한국IBM이 히든카드를 뽑아들었다.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9일 ‘한국IBM시스템그룹의 온디맨드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사 로앤드 유닉스 서버에 대한 파격적인 마케팅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IBM은 우선 p610·p630·p650 등 p시리즈 3개 제품이 현재 국내 표준공급가(리스트 프라이스)보다 최대 30% 정도 싸게 공급될 수 있는 가격체계를 제시했다. 또한 다국적기업의 현지법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내 시스템 공급가격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겠다는 폭탄선언도 했다. 여기에다 로엔드 유닉스 서버를 취급할 대형 유통사를 별도로 선정해 물량공세에 나서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한마디로 로엔드 유닉스 서버를 현재 가격의 절반 정도에 대량으로 밀어내 이 시장을 통째로 삼켜버리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이 분야의 최대 경쟁사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포함한 유닉스업계에는 말 그대로 메가톤급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거품을 뺀 가격정책=한국IBM이 준비하고 있는 가격정책은 본사 기준 출고가에 더해지는 부대비용을 줄임으로써 한국내 공급가를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의 서버 공급가격은 본사 기준의 출고가에 세금·수입비용 등 부대비용이 포함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깎아줄 것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부풀린다. 한국IBM은 바로 이 부대비용(?)의 절반 정도를 줄인 가격을 국내 표준가격으로 제시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국IBM측은 “세금을 포함한 부대비용을 절반 정도 줄이면 전체 시스템 가격은 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0%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IBM이 다음주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공개하고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p시리즈의 한국 가격은 이전에 비해 30% 정도 저렴해진다. 여기에 유통업체들의 할인율을 감안하면 최대 50% 정도 싼 가격에도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박리다매 전략=이번 방침에 대한 한국IBM 측의 설명은 ‘박리다매’로 요약된다. 한국IBM 유닉스 서버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장석 상무는 “기술적으로 볼 때 p시리즈 제품이 경쟁사 제품을 앞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BM 서버는 비싸다’라는 시장의 인식이 너무 커 본사 차원에서 이같은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 상무는 “국내 표준 공급가 인하와 더불어 할인폭을 고려할 경우 경쟁사 제품보다 단연코 가격경쟁력에서 앞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IBM의 이같은 공식 입장 외에도 업계에서는 한국IBM이 지난해부터 강화해온 중소형비즈니스(SMB)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도 배어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IBM이 강자로 점해온 금융이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부침이 심해짐에 따라 대안시장으로 여겨지는 SMB 분야에서의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한국썬의 대응이 관건=한국IBM의 이번 전략에 대한 한국썬의 대응전략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IBM의 전략이 성공할 경우 이 분야에서 절대적인 강자인 한국썬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썬은 한국IBM의 이번 전략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IBM이 선정할 3개 대형 유통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썬의 반종규 전무는 “고객사들이 ‘할인율’ 자체에 더 의미를 두고 구매하는 패턴은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며 “손해를 보고 팔지 않는 이상 IBM의 이번 정책은 시장에서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폄하했다.
또 “경기가 좋지 않은 근래에도 선의 유닉스 제품인 V880의 경우 월평균 150여대, 분기당 500여대 이상 판매되고 있어 IBM의 p시리즈가 가격을 낮춰도 V880의 아성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IBM이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점유율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IBM 측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시스템통합(SI) 및 서비스 비즈니스를 통한 수익창출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하드웨어 부문의 수익률 감소를 다른 부문에서 보충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고 있어,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소형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의 파괴력은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혜선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