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수산업과 e마켓플레이스

◆박영일 수협중앙회경제대표이사 yipark42@suhyup.co.kr

 수산업은 전통산업 중에 전통산업이다. 과거에는 농업과 더불어 식량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 왔으나 현재는 고급단백질 공급원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수산물은 계획생산이 거의 불가능하다. 부패하기 쉽고 유통구조도 복잡해서 가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절만 되면 장바구니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당국에서도 수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자상거래는 전통적 시장의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IT 활용을 통해 유통단계를 단축하는 유통구조의 혁신을 가져왔다. 그렇다면 전통산업이며, 복잡한 유통구조를 가진 수산물의 전자상거래는 가능한 것인가.

 지금까지 수산물은 전자상거래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져 왔다. 품질이나 규격에 대한 표준화가 돼 있지 않고, 상품거래에 대한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산물 중에 선어는 전자상거래의 기본 전제인 규격화와 표준화를 이루어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보고서와 한국수산회의 ‘수산연감’에 따르면 국내 수산물 생산량의 91.1%는 냉동품이나 가공품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수산물 냉동품과 가공품은 규격화와 표준화가 비교적 용이하고, 수산물 전자상거래를 위한 신뢰기반도 구축할 수 있다. e마켓플레이스라는 관점에서 수산업 e마켓플레이스는 생산자 단체나 공공법인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2001년도 국내 수산물 유통량 중에서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수산물은 13% 수준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장외 도매상이 유통시키고 있다. 수산업 e마켓플레이스를 활성화시켜 장외거래를 사이버상의 제도권으로 유도하여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B2B e마켓플레이스에서 기업들이 얻고자 하는 효과는 첫째 거래비용 절감이다. 현재 6∼7단계의 수산물 유통단계를 2∼3단계로 줄여,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거래 프로세스의 효율화다. 수산물 전자상거래를 위한 상거래 절차, 관련문서 및 수산물 종류별·품질별 등급 표준화 등의 프로세스를 정하는 것으로서 정부와 수산 관련단체, 기업체 모두가 협력하여야 한다.

 셋째, 협업을 포함한 부가서비스 창출이다. 수산물과 관련된 어선기자재, 어업유류, 선수용품, 양식사료, 냉동저장 및 금융서비스 등의 전·후방 산업이 온라인에서 e마켓플레이스 솔루션으로 인해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수산물 e마켓플레이스의 선결과제는 수산물의 품질 표준화 및 e카탈로그 구축이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을 중심으로 수산물의 종류, 크기, 중량 등에 따라 품질표시기준을 마련하고 그 표준을 연결하는 e카탈로그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공인된 수산물품질인증제도를 도입하여 e마켓플레이스상에서 발생한 불만을 오프라인상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타산업 e마켓플레이스와 공동 활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결제, 신용보증 등의 공통 기반 자원을 산업자원부 등과 연계하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전세계 수산물시장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3국의 비중은 단연 압도적이다. 동북아 3국이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38%와 세계 수산물 소비량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엄청난 동북아 수산물시장을 대한민국의 IT 경쟁력을 활용한 수산업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주도할 수 있다.

 전통산업인 수산업이 e비즈니스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수산 관련단체와 개별기업의 노력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마련돼야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