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지난 8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11개 시스템통합(SI)업체 사장들과 함께 SI산업 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모임은 주무부처 장관과 SI업계 사장들간에 업계의 고충을 들어보고 정책지원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간담회에서는 최근 공공부문 프로젝트에서 잇따라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1원’ 수주가 단연 도마위에 올랐다.
SI업체 대표들은 당연히 최저가 위주의 현행 입찰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술평가 비율을 현행 70∼80%에서 90% 수준까지 높이고 최저가 위주 가격평가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1원’ 입찰을 부추기는 공공기관들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진 장관도 중간중간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실제 덤핑입찰을 벌여온 업계가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을 다짐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정작 저가입찰을 벌여온 해당 업체들이 잘못된 관행을 반성하지는 않고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만 높아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단돈 1원 수주라는 ‘망령’이 재현되는 것은 결코 법·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업체들의 제살깎기식 과당경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예상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입찰가를 써내 프로젝트를 수주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SI업체들이 바로 그 주역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진 장관은 “최저가 위주의 계약제도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하면서 “SI업계도 과당경쟁만큼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장을 나서던 진 장관은 기자에게 “제도개선 못지 않게 자체적으로 자정노력을 벌이는 것이 참으로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개선과 과당경쟁 자정노력 중 어느 것이 더 시급하고 먼저인지를 따지기 전에 업계가 한번쯤 귀기울여야 할 충고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