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올(Catch-All)은 군사용에 국한되던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를 민수용으로 확대시킨 제도다. 올해부터 전격 실시되는 이 제도는 비록 민수용으로 판매했다 하더라도 군사용으로 몰래 사용됐을 경우 공급자에게 국제적인 제제를 가할 수 있도록 돼있다.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는 공산권 수출통제를 담당하던 코콤(COCOM)이 공산권 몰락으로 지난 94년 폐지된 이후 96년 바세나르협정(WA:Wassenaar Arrangement)이 체결되면서 발효됐다. 군사용 제품 수출에만 적용돼온 이 제도는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올해부터 민수용으로 확대적용됐다. 표참조
캐치올 제도는 수출품목이 방산물자나 원자력 전용 품목 등 국제 수출통제체제 대상품목이 아닌 민수품목이라 하더라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및 제조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제도다. 한국은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12월 24일 개정을 공시, 올 1월 1일부터 포괄승인제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포괄승인제는 국가가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는다는 보증을 하고 해당 업체가 자율적으로 이를 지키는 방식이다.
포괄승인제는 따라서 허가를 받지 않더라로 수출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나 승인받지 않을 경우 수출품목이 여러 경로를 거쳐 적성국가나 테러조직에 응용될 경우 국제적인 제재 등 큰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해당 품목이 군사용으로 전용된 사실이 발견되면 국내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국제법상으로는 수출통제체제의 거부리스트(Denial List)에 올라 회원국(미국 포함 27개국)과의 수출입이 3년 이상 금지된다. 특히 미국의 ‘거부리스트(Denied Persons List)’에 오를 경우 해당 기업은 1∼20년간 미국 수출입이 금지되며 국제 통상마찰 및 외교안보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그러나 포괄허가증을 받은 기업의 경우에는 의도적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만 되면 국내법상 처벌이 면제되고 국제법상으로는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 대비책 전무=국내 기업 중 포괄승인을 받은 기업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싸이머코리아와 암코코리아 두곳뿐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 본사에서 안정적 수출을 위해 먼저 승인을 요구해 산자부에 허가를 진행했다”고 말한다. 바세나르체제는 티타늄, 세라믹기초재료 등 신소재부터 반도체 소자·장비·재료, 컴퓨터, 센서, 광학기구류 등 전자부품소개, 반도체 관련 거의 모든 품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다수 국내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공작기계의 일종인 밀링머신(milling machine)은 바세나르체제와 원자력 비확산체제에서 중복 통제하기 때문에 사전허가가 시급하다. 반도체 소자의 일종인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의 경우도 미사일 비확산체제와 관련되는 등 각 기업의 확인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국내 업체들은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삼성전기 등에 확인해 본 결과 “몰랐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의 홍보 노력도 부족=업계 일각에서는 담당부서인 산업자원부의 홍보 노력도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보가 외교 및 산업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사전고지가 불충분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산자부는 지난해 관련 세미나를 단 한차례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자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홈페이지에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지만 조회는 600여건에 불과하다. 산자부 관련 담당자도 한 명에 불과해 많은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자부 수입과 장인선 주임은 “협회와 관련 업체에 수 차례 공지했으나 중요성에 비해 기업들의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관련 업계는 자신의 수출품목이 해당사항에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인증절차를 밟아야 추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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